일본과 한국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맞불을 놓은 가운데 식품업계도 득실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대일본 수출과 원료 수입 등에서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금이 '탈일본'을 시도할 적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산 식품의 일본수출 비중은 22%에 달한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지만 10억4700만달러 규모다.
하지만 7월 이후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불매운동이 급속히 진행되며 일본에서도 반한 감정이 악화되는 것과 동시에 한국제품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어 수출 규모는 향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베 정부가 한국산 식품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 일본이라는 점을 악용해 향후 검역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수출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
일본은 국내 식품업계의 최대 수출국이다. 하지만 상반기 김치, 라면 등 수출 주력품목의 부진이 시작된 것도 탈 일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 라면의 경우 상반기 일본 수출액이 21.9% 줄었고 막걸리와 김치는 각각 7.8%, 1.2% 줄었다.
반대로 한국 식품의 미국, 중국 수출은 늘었다. 올해 6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7억8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미국 수출액도 같은 기간 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0% 늘었다.
일본에서 감소폭이 컸던 김치와 라면의 수출액이 늘어 고무적이다. 6월까지 미국 김치 수출액은 7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8% 증가했다. 특히 6월 한달간 대미 김치수출액은 121% 상승했다. 김치의 경우 국내 제조업체들의 미국 대형 유통매장 입점 노력이 수출액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교민 대상에서 미국내 주류 마켓에서 김치가 판매되면서 인지도가 향상되고 향후 수출액도 늘어날 수 있다.
라면의 경우 미국 수출물량은 줄었다. 재고처리 지연과 현지 생산으로 감소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수출물량은 줄었지만 미국 내 생산량이 늘며 국내 업체의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국 라면 수출액은 6월까지 5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매운맛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온오프라인 전 채널에서 입점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영향이다.
상반기 대인도네시아 식품 수출 물량은 전년대비 2329% 증가했다. 식품업계의 신흥시장 공략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식품업계는 수출 외 국내 생산에서도 탈일본 행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브랜드와 완제품을 넘어 일본산 첨가물과 소재로까지 확대되면서 대체제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일본산 첨가물·소재 사용 제품 리스트가 확산되자 CJ제일제당, 오뚜기 등이 일본산 첨가물·용기 국산화를 선언한 데 이어 대상, 오리온 등도 적극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일본산 원료 의존도는 낮지만 장기적으로 원료 자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일갈등과 국민 정서들을 고려할 때 지금이 '탈일본'을 위한 적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