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12일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통해 일본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혜택을 축소했다. 다만 최대 심사기간은 일본 정부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에 대응하면서 전략물자 수출입제도를 악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 자체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우리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국제 여론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우리 정부 조치가 양국 경제 전쟁을 확대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실리를 고려한 판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서 일본에 적용하던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혜택을 축소했다. 정부는 이번 고시 개정안에서 전략물자 수출지역 중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지역으로 구분하고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했다.
가의2 지역은 우리나라 전략물자 수출 지역 중 나 지역 수준 수출 통제를 적용한다. 개정안 대로면 우리 기업이 일본으로 수출할 때 기존 가의1 지역에서 적용받던 포괄허가가 '원칙적 허용'에서 '예외적 허용'으로 강화된다. 최대 심사기간도 기존 5일에서 15일로 늘어난다.
다만 나 지역과 비교해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했고, 신청서류도 5종을 나 지역 7종에 비해 적다. 산업부는 일본이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가인 점을 감안해 수출통제 수준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는 대응하되 일본 정부처럼 전략물자 수출입제도를 정치 목적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유준구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전략물자 수출입제도를) 악용하면 일본에서 글자 틀렸다는 것 하나로 걸고 넘어질 수 있고 (양국 관계 갈등이) 단계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가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응을 하되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 향하는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면서 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명분을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일본을 향한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 강화는) 우리 기업의 일본 수출만 막는 것이지 일본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오히려 일본이 또 다른 수출 규제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바꾸면서 고시 개정 근거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 규제 강화가 정당하지 않았던 이유는 설명이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본에 줬던 수출 우대 혜택을 주지 않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고시를 개정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적절한 조치였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일본이 조처를 취했기 때문에 우리도 아무도 안 하는 것은 곤란한 상황이어서 대응은 하되 강도는 낮게 하는 것이 맞다”며 “한국과 일본 갈등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상호보복전까지 가면 두 나라 모두 피해를 입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