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규제가 일본기업에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자 이를 탈피해 우회로를 통해 수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불확실성 증대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기업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수출을 허가한다고 강조하지만 관련 일본 기업은 절차가 번거롭고 일부 품목은 중국과 대만 대상 수출보다도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하는 모리타 야스오 모리타화학공업 대표는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연내 중국 합작 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이나 중국의 반도체회사 등에 납품하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출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달 수출규제 조치 단행 이후 처음으로 지난 8일 수출 허가 사안을 발표했지만 앞으로 순조롭게 허가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이라는 위험 요소를 떠안아야 한다.
모리타화학은 현재 중국 공장에서 중간 재료인 불화수소를 만들어 일본 공장에서 순도를 높여 반도체 세척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를 최종 출하하고 있다.
중국 생산은 2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지만 중국에서 고순도 제품까지 일관해 생산, 공급하는 수단을 늘리는 것이다.
모리타 사장은 “앞으로도 한일에서 비슷한 문제가 일어날 때는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또 일본 기업이 반도체 회로 가공에 필수적인 감광제인 포토 레지스트의 한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용 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공업도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포토 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에서도 생산, 한국 기업에 납품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또 이번 (수출)관리의 엄격화에 따라 한국에서의 레지스트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불화수소와 레지스트를 일본 밖에서 생산, 한국에 수출해도 이번 조치의 대상에선 제외된다며 다만 생산설비와 원료를 일본에서 한국이나 중국에 수출할 때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은 불산과 포토레지스트 등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급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일부는 국산화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국내 한 전문가는 “일본 불산은 한국기업 수출하는 비중이 크다”며 “더 지속되면 일본 스텔라나 모리타는 생산량감소로 공정문제나 매출액 급감으로 치명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