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 긴급회의를 열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른 '과감한 대처'를 약속했다.
출렁이는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증시 수급안정 방안 추진,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강화에 나선다. 한국은행은 상황 변화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가능함을 암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국내외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원래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부총리, 한은 총재, 금융당국 수장이 참가하는 회의로 격상해 긴급 개최한 것은 정부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수출·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 본격화, 급격한 위안화 약세,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등이 발생해 우리 경제가 출렁였다는 평가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컨틴전시 플랜에 기초해 증시 수급안정 방안 추진,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 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위는 공매도(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 규제 강화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 됐음을 시사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단계별 조치 등은 시장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어떻다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시장 참여자가 관심이 큰 공매도 (규제) 강화 방안은 검토를 충분히 했고 언제든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상황에 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가능함을 암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황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통화 정책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며 이 자리에서 추가 인하 여부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대외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대내외 수요 위축, 일본 수출규제 등을 근거로 올해 성장률이 2.0%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특히 수출은 감소폭을 당초 2.9%에서 6.8% 대폭 조정했다. 또한 다수 응답자가 올해 4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점쳤다.
KDI는 다섯 달 연속 '경기부진' 판단을 이어갔다. 투자·수출이 모두 위축돼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대외 리스크에 따른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전반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통상마찰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