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탈 일본'을 선언했다.
최근 일본과의 경제전쟁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문에서 국산화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함으로써 일본 조치에 따른 단기적 어려움을 풀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접근이다.
우리 산업 구조는 대체로 일본에서 원료·부분품을 가져와서 양질의 조립 가공을 거쳐 중국과 미국에 파는 방식이다. 원천 기술보다는 활용 기술, 상업화에 특화된 면이 있다.
지금이라도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고 원천 기술을 갖춰서 국가 산업의 체질을 바꾸자는 시도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일본에 원천 기술을 수입해 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천 기술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고, 많은 자원 투입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소재·부품·장비의 독립 선언은 반갑기도 한 반면에 강력한 실행 없이 큰 성과가 나올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외교적 수사로 선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단기간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원천 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될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시로 바뀌는 연구개발(R&D) 정책과 산업 육성 기조로는 선진국형 원천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다. 이번 일본의 도발 사태를 계기로 국가 산업의 체질을 바꾸려면 강력한 의지와 함께 오랜 기간 흔들리지 않는 국산화 노력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역점을 둔 것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 또는 수요 기업 간 협력 모델 구축이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것을 개발해도 수요 기업인 대기업이 활용하지 않는 구조를 바꿔 보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수요와 공급'의 매칭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대기업의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품질이 낮더라도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압력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이보다는 수요처가 될 대기업에도 '당근'을 충분하게 주는 것이 옳다. 그래야 '울며 겨자먹기'가 아니라 진정한 국내 기업 간 상생 협업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