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부품 담합' 고질병…글로벌 생태계 병든다

자동차·스마트폰·전자기기...공정위, 17년간 적발한 담합 중 日 77% 가담해 시장질서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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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소재·부품 강국' 일본이 담합으로 글로벌 시장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자동차·스마트폰·전자기기 등에 쓰이는 소재·부품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면서 담합을 시행, 기업 간 정당한 경쟁을 방해한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7년 동안 적발한 전체 국제 담합 가운데 77%에 일본 기업이 관여됐다. 일부 사건에서 일본 기업은 자진신고제(리니언시)를 이용, 처벌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 담합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정부의 엄중한 감시·처벌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일본의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덴소, 다이아몬드전기의 담합을 적발·제재하면서 7년에 걸친 '자동차 부품 글로벌 담합' 사건을 최종 마무리했다.

자동차 부품 글로벌 담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세계 각국의 경쟁 당국이 조사·제재를 진행해 왔고, 한국에선 2013년부터 최근까지 7년에 걸쳐 총 10건의 제재가 이뤄졌다. 한국 시장에서 담합이 적발된 부품은 약 13종으로, 이제껏 부과된 과징금만 총 1900억원에 이른다.

자동차 부품 글로벌 담합의 중심에 일본 기업이 있다. 공정위가 적발한 총 10개 사건에 모두 일본 기업이 관여됐다. 특히 덴소는 10건 가운데 8건에 관여, 자동차 부품 글로벌 담합에서 사실상 중심 역할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적발한 총 10건의 자동차 부품 담합은 하나의 줄기로 이어져 있다”면서 “해당 사건에서 일부 일본 기업은 경쟁 당국에 자진신고를 하면서 과징금·고발 등 제재를 교묘히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담합은 자동차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지난해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부품인 콘덴서 시장에서 담합한 9개 일본 기업을 적발했다. 국내에서 담합 기간만 14년에 달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EU, 대만, 싱가포르 등에도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적발한 전체 국제 담합 사건에서도 일본 기업이 유독 두드러진다.

본지가 공정거래백서 등을 분석한 결과 공정위는 2002년 처음 국제 담합 제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총 26개의 주요 사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20건(77%)에 일본 기업이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합 대상 제품은 흑연전극봉, 브라운관유리, 자동차 부품, 콘덴서 등 주로 소재·부품 분야다.

'글로벌 소재·부품 강국'의 이면에는 '담합'이라는 불공정 수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기업의 담합 사례가 유독 많은 것은 '기득권 존중'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공정위가 최근 적발한 자동차 부품 담합에서 일본 기업은 기존의 납품 업체 기득권을 존중해 경쟁하지 않을 것을 암묵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국제 담합의 경우 세계 시장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만큼 강한 제재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우리나라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아 주요 원자재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담합에 따른 폐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제 담합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담합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글로벌 담합 제재 사례(자료:업계 종합)


세계 자동차부품 생태계 좀먹은 '일본 커넥션'

일본 '소재부품 담합' 고질병…글로벌 생태계 병든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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