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인과 가족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대부분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직원 50여명을 둔 중소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올해로 7년째 발달 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활동,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전문기업 서플러스글로벌이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2000년 창업 당시부터 사회 공헌 활동을 어떻게 펼칠 것인 지를 생각했다”면서 “고민 끝에 지속성을 보장하면서 사회적 투자가치가 높은 재단법인(함께웃는)을 2012년 설립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유독 발달장애인 치유와 가족의 좌절에 관심을 둔 배경은 현재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이 바로 발달장애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는 육아과정에서 한 마디로 전투를 치루는 심정입니다. 그만큼 가족은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힘든 걸 최근 해냈다(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중기 대사처럼). 기업대표가 아닌 (재)함께웃는 이사장으로서 국내 최초로 자폐성 장애·발달지연 장애인들을 위한 '제 1회 오티즘(Autism)엑스포'를 지난달 12~13일 양재 aT센터에서 개최했다. 정부 또는 대기업 중심으로 치뤄지는 다양한 사회 공헌 행사 중 중소기업이 국내 첫 엑스포 행사를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마쳤다.
“2년 전 최초로 오티즘 엑스포 행사를 기획했을때부터 행사 개막을 코 앞에 둔 직전까지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전시 부스가 채워지지 않아 정부기관·기업들을 쫓아다니며 사정사정하기도 했습니다. 첫 행사이다 보니 관람객 목표 4000명을 채울 확신마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티즘엑스포 성공여부에 대한 김정웅 대표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티즘엑스포 개막 전날 사전등록이 이미 1만 3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심지어 온라인 등록 웹사이트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준비했던 1만개의 입장 팔찌가 동이 났다. 임시방편으로 발급한 입장 스티커 등을 감안하면 양 일간 2만명 이상이 오티즘 엑스포를 방문했다. 관람객 인력 목표대비 500% 이상 성과를 거둔 셈이다.
“오티즘 엑스포 기간 중에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도 수없이 받았습니다. 덩치 큰 아들 손을 이끌고 다니는 노모 모습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많은 기업과 개인이 선뜻 후원을 승낙했고 자원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마음 한 쪽에 주식을 소유한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매년 5억원 이상 회사 기부금과 회사 주식 배당금으로 (재)함께웃는을 운영하고 있지만 회사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3억원에 달하는 등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공헌 활동은 회사 이미지를 좋게 평가,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딩 효과는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에 오티즘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발달장애인들의 가족들이 전시장에서 평화·사랑·따뜻함·편안함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가족을 포함한 관계자들 축제의 장을 그가 열었다. “이제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다음번 오티즘 엑스포에선 더 알찬 기획과 공감, 참여로 한 단계 더 성숙한 행사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계 1위 중고반도체 장비 유통기업으로서 국내 산·학 경쟁력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도 충실히 할 것입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