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안이 담고 있는 도시 구조가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가 검증을 권고할 계획이다.
승효상 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이언티스트가 설계하는 '스마트 기술'은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주거지역·상업지역 이런 옛날 방식으로 도시가 설계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소속 국건위는 2006년 제정된 건축기본법에 의해 2008년 설립된 조직이다. 건축법이 건축의 문화 속성을 등한시해 새로운 시대 건축을 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건축 분야 유일한 범부처 위원회로, 공공 건축물 개선을 비롯해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축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승 위원장은 세종 스마트시티 계획안을 보면서 새로 짓는 국가시범도시가 옛날에 비판했던 도시 모습 그대로라는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주거·상업 나누는 것은 모더니즘 시대 방식인데 도시 공동체가 분화되고 갈라진다고 사회학자들도 결론을 내렸다. 요즘에는 그렇게 설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모여서 살 것인가, 어떤 주거지를 만들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시티도 '시티'에 방점이 찍혀야지 스마트가 중심이 되어선 안된다”면서 “스마트한 기술은 몇 년이 지나면 스마트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도시는 남는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3기 신도시 역시 과거처럼 획을 그어서 먼저 용도를 지정하고 도로를 만들고 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승 위원장은 “3기 신도시에도 이른바 3차원 입체적 도시를 만들자”라고 제안했다. 전체 비전과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그 도시 안에서 장소에 맞게 용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 건설 방식과 달리 필지를 일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공모방식을 포함해 지역 특성에 맞게 백지상태에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공급자 위주의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수요자 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분방식을 포함해 계획은 연내 마무리 될 예정이다.
승 위원장은 총괄건축가 제도를 비롯해 문화적인 요소로서의 건축이 자리잡게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에는 공공건축물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건축을 통해 높일 수 있도록 총괄건축가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총괄건축가의 역할과 권한이 모호한 상황이다. 표준안을 국간위가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계획부터 설계·시공·감리·평가 등 공공건축 절차를 특화한 '공공건축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승 위원장은 “모든 정책 결과는 시대를 통털어서 건축으로 남는다. 정치 결과도 건축으로 남는다”고 면서 “우리 사회는 건축을 부동산으로만 취급하는 측면이 있으나 건축은 부동산이 아니라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