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후발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와 협력해 주목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 선도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전략적으로 배제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3개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샤프는 현지 패널 제조사 JDI와 협력해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개발 중인 폴더블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 패널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으로 폴더블 패널 시제품으로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주로 일본 내수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을 생산·공급한다. 이번 폴더블폰 개발 프로젝트는 일본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대만 폭스콘까지 가세해 중화권을 포함한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이미 폴더블 패널을 개발한 삼성디스플레이나 중국 비전옥스가 아닌 현지 패널사인 JDI를 전략 파트너로 삼았다. JDI는 모바일용 패널에서 초고해상도 액정표시장치(LCD) 위주로 연구해왔다. 플렉시블 OLED 시제품도 공개했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샤프 폴더블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샤프는 처음부터 한국 패널사를 배제하고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JDI가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키로 하고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JDI와 샤프가 폴더블폰 생산에 착수하면 한국보다 소재·부품·장비 수급에서 훨씬 유리하다. 주요 핵심 소재는 자국에서 수급할 수 있고 주요 장비도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자체 보유한 중소형 OLED 기술을 보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기존에도 OLED를 연구개발해온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후발주자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JDI가 실제 폴더블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투자 여력과 기술력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삼은 만큼 전략적으로 샤프와 폭스콘이 나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장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본은 OLED 기술 후발주자이지만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고 소재·부품·장비 공급망도 탄탄하다”며 “폴더블폰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DI는 일본 정부가 자금을 투입한 산업혁신기구(ICNJ)가 주도해 소니·도시바·히타치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해 2012년 출범했다. ICNJ는 JDI 자회사이자 소니·파나소닉의 OLED 사업부를 통합해 만든 JOLED 설립에도 참여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일본 정부 지원이 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는 판단에 따라 WTO 제소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향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가 일본을 다각도로 압박하는 카드로 꺼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