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빌려준 블로그, 사기범죄 악용 창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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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A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돈을 받고 업체에 빌려준 블로그 중 하나가 화근이 됐다. 홍보 게시물만 올린다는 업체 설명에 용돈벌이 삼아 거래했는데, 업체 중 하나가 빌린 계정으로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중고거래 카페 등 여기저기에 공동구매를 한다는 글을 올리고 선금 수천만원을 모은 뒤 잠적했다. 사기꾼은 중국 국적으로 확인됐으나 행방이 모연한 상태다. A씨는 공범이 아님을 입증해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걸면 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블로그 거래를 악용한 사기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피해자들은 바이럴 광고 업체를 사칭한 이들에게 속아 계정 정보를 넘겨줬다가 봉변을 당했다. 블로그를 빌려 광고 목적으로만 쓰겠다고 꼬드긴 후 취득한 계정은 각종 사기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로그 거래로 인한 부작용은 고질적인 문제다. 1년 대여에 100만~200만원 수준 대가를 지급한다는 거래가 현재도 성행 중이다. 거래된 블로그는 광고판으로 전락해 품질이 저하되고 전체 블로그 콘텐츠 생태계를 망쳐왔다. 이를 막기 위한 블로그 노출 알고리즘이 적용되자, 이른바 '품질지수'가 높은 블로그 매집 수요와 단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거래 성사 가능성이 과거 대비 높아진 것을 보고 사기꾼이 '대포 계정' 확보를 위해 끼어든 것이다.

거래 자체는 현행법상 제재를 가할 근거 조항이 없다. 게임 계정 거래와 마찬가지로 이용자 약관 위반일 뿐이다. 블로그 업체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쪽지를 이용한 접근은 스팸 분류 시스템을 통해 최대한 막고 있지만, 메신저 계정이나 개인 전화번호를 통한 접근이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공지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것 외에 사실상 방안이 없다.

과거 부작용은 불법 광고 게시나 블로그 거래 대금 미지급, 블로그 정지, 개인정보 유출 정도에 머물렀다. 최근 사기 범죄자가 이 시스템을 본격 악용하기 시작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바이럴마케팅 업체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자사의 사업자 등록증까지 입수해 이를 범죄에 악용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우리는 온건한 광고 대행만 하는 합법업체인데, 사칭 업체로 인해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말했다.

계정이 사기에 악용되면 계정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다. 경찰조사에 협조하면 사기죄 공범으로 기소되는 것은 피할 수 있지만 민사 손해배상은 다르다. 통장을 빌려준 사람도 피해금액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해당 사례의 경우 블로그 운영사가 업무방해를 적용하거나 사기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데 둘 다 판결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블로그 주인이 전액 배상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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