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시장에 대·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상생협력 제도가 마련됐다.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공공기관과 직접 조달계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계약 일부를 하청 주는 새로운 방식이다.
완제품 위주 유통 구조로 국내 소재·부품 중소기업이 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85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하고 '공공조달 상생협력 지원제도 도입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새롭게 도입한 '공공조달 상생협력 지원제도(한국판 멘토 프로그램)'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이 원활하게 공공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기업 등이 상생협력을 체결한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 및 설비, 인력 등을 지원하거나 공동으로 제품을 생산, 조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혁신기술을 갖췄으나 생산설비 등이 부족한 창업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부는 상생협력 승인 받은 업체에 제품별 시장 할당, 입찰 가점 등 우대사항을 부여해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123조4000억원이다. 이중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은 94조원에 달한다.
전체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구매 비중은 76.2%로 높지만 유통기업이 수입품을 납품하는 경우에도 중기제품으로 인정되고 있어 실제 국내 생산 비중은 낮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조달시장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부진했고 중기간 경쟁제품에서 중기업 등이 조달시장을 독과점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시스템반도체 등과 같은 핵심 부품·소재의 경우 공공조달시장에서 구매를 확대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 수단이 없었다. 부품·소재 종류는 최종 완성품 생산·조립하는 업체(대기업)가 결정하는 구조다. 대기업에 입찰이 제한된 조달시장을 통한 해당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판로 지원이 쉽지 않았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 제도를 통해 부품소재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혁신역량 강화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와 중소기업 혁신성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박영선 장관이 취임 직후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눈길을 모았다. 미국의 '멘토 프로그램' 등 해외 사례 조사와 국내 공공조달 분석을 통해 제도 설계를 거쳐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올해 말까지 상생협력법 시행령 및 관련 고시 재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과 대규모 공사에서 우선적으로 제도를 시행한다.
향후 판로지원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내년부터는 제도를 전체 조달시장으로 확대, 활성화를 추진한다. 수입대체 등 정책 효과를 감안해 해당제품 할당, 수의계약 권한 부여, 가격 우대를 신설할 계획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