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계속되는 분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OLED에 투자를 강행했다. 초대형·8K로 밀어부치는 액정표시장치(LCD) 진영에 맞서 초대형 OLED로 세계 시장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발 10.5세대 LCD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더 이상 LCD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도 깔렸다. 삼성전자가 초대형 QLED TV 가격을 인하하고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초대형 OLED가 아니면 중국과 격차를 벌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세계 QLED TV는 약 190만대 판매돼 전년 동기 92만대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올해와 내년 판매 전망치도 긍정적이다. 올해 489만대, 내년 722만대 규모로 내다봤다.
OLED TV는 지난 상반기 약 130만대 팔렸다고 추산했다. 전년 동기 105만대에 비해 증가했지만 당시 OLED TV 판매량이 QLED TV보다 많았던 것에 비하면 좋은 성적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 8.5세대 공장이 8월부터 양산에 돌입하면 그동안 시장 수요 대비 OLED TV 패널 생산이 부족해 공급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던 점을 개선할 수 있다. 광저우 공장을 가동하고 한 장의 기판에서 2개 이상 인치를 생산하는 멀티모델글라스(MMG)까지 적용하면 생산량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당장 광저우 공장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도 확대할 수 있다. IHS마킷은 OLED TV 매출이 지난해 5.7%에서 2023년 10.4%까지 늘어난다고 봤다.
2022년부터 10.5세대를 양산하면 OLED TV 물량과 점유율 확대는 물론 세계서 유일하게 10.5세대 OLED를 양산하는 경쟁력도 갖추게 된다.
중국이 10.5세대 LCD를 생산하지만 TFT 기술 방식이 다르고 대형 OLED 생산경험이 없다. 경쟁사인 삼성이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를 준비하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보다 대형 옥사이드와 OLED 생산 경험이 부족하다. 삼성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고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중국이 초대형과 8K를 내세운 LCD TV를 앞세웠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LCD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몇 년 남지 않았음을 모두 알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부문은 후발주자인 만큼 세계서 유일하게 대형 OLED를 양산하는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 10.5세대 양산에 성공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판매량이 지난해 290만대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 38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IHS마킷은 2021년 770만대에서 2022년 1000만대까지 판매가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표. LG디스플레이 10.5세대 파주 P10 공장 개요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