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가전, 상반기 수출액 30%대 급감...제조업 공동화 '우려' 넘어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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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사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가전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품목에 따라 격차는 있었으나 주요가전 품목을 중심으로 하면 전반적으로 두 자릿수 수준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17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야적장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인천=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주력 가전제품의 상반기 수출액이 품목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0%까지 급감했다. 국내 생산 기반이 해외 생산 거점에서 이전한 것이 급감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를 넘어 최악 수준이다. 한국 제조 경쟁력 저하를 막을 복안이 시급하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무선전화기 수출액은 27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무선전화기 품목은 2017년 상반기 32억9800만달러, 2018년 상반기 31억2000만달러로 각각 33.1% 및 5.4% 역성장한 바 있다. 올해 전체 수출액에서도 두 자릿수 수준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컬러TV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1.4% 감소하면서 3억7400만달러로 주저앉았다. 주요 품목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수출액 하락폭은 매년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상반기 8억1200만달러에서 2018년 상반기에는 5억4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각각 53.4%, 33.0% 줄었다.

에어컨의 상반기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0.7% 떨어진 5100만달러에 그쳤다. 2017년 상반기 9100만달러, 2018년 7300만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나마 세탁기와 냉장고는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소폭 늘었다. 세탁기는 3억67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9% 증가했다. 냉장고는 8억9900만달러로 수출액이 7.3% 늘었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지난해 수출액 감소가 심각했다. 올해 반등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국내 주요 가전의 수출액 감소는 심각하다. 마땅한 대안이 부재한 가운데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국내 제조 기반이 약해졌다. 주요 생산 시설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각종 수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 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 세탁기 공장 가동 등도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생산 거점 글로벌화를 기업 문제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무역 환경이 불투명한 환경에서 경쟁력 유지와 경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국내에서 제조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을 강화하고, 기초 제조 경쟁력 확보를 장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해외 생산은 글로벌 경쟁 심화, 보호무역, 소비지 인접지 생산 등으로 불가피하게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국내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턴어라운드 기업의 정착을 지원하는 등 보완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산업 정책 지원 방향이 신기술 개발에만 편중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면서 “우리 산업이 그동안 가장 잘해 온 기초 제조기술 경쟁력에 대한 정책 지원을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표】연간 주요 가전 품목 수출액(단위 : 백만달러)(자료 : 한국무역협회)

주력 가전, 상반기 수출액 30%대 급감...제조업 공동화 '우려' 넘어 '최악'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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