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처참한 학교IT 환경, 미래는 어디에

궁금한 것은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로 검색하는 세대, 책보다 스마트폰이 더 친숙한 세대, 기사 본문보다 제목과 댓글을 먼저 보는 세대.

이런 세대가 책가방을 메고 초·중·고등학교에 다닌다.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조차 구세대로 부르는 아이들이지만 책, 칠판과 씨름하는 것은 과거와 똑같다. 링크를 넘나들며 정보를 비선형으로 습득하는 아이들에게 교과서는 정보의 보고가 아니라 짐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학교가 와이파이조차 되지 않는 구시대 공간은 아니다. 다만 10~20년 전 유물을 그대로 껴안고 관리조차 하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공간일 뿐이다.

교육 정책을 이끄는 수장도 문제를 안다. 교육부 장관도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시대 변화에 맞춰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립 추진이 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발점도 아이들은 바뀌었는데 교육은 그대로라는 반성에서 나왔다.

거대 담론이 다 무슨 소용일까. 학교 현장에는 교육 혁신을 위한 기본 인프라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교과서를 출판하고 실감형 교육용 콘텐츠를 만든다지만 학교에 가면 10년도 더 된 케이블로 겨우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준이다.

학교 정보기술(IT) 환경이 이 지경이 된 데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학교에는 전산 담당 교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교내 망에 문제가 발생하면 동네 전파사에 연락한다는 학교도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 문제인 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네트워크는 인프라이다. 어떤 활동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는 뜻이다.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2세대(2G)나 3G 속도의 인프라에서 미래를 준비하는데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부처는 나 몰라라 한다. 학교 담장 안은 소관이 아니라고 수수방관한다. 이렇다 할 책임 부서도 없다.

바뀔 때가 됐다. 세계 최초 5G를 자랑하면서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접하는 환경은 10년 전 그대로라는 아이러니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임 회피는 그만하고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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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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