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외환경 변화'에 원인 돌린 정부…경제위기 돌파구 안 보여

Photo Image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6월 말 발표한다. 이번 발표 시기가 7월로 넘어간 것은 그만큼 고민이 깊었다는 방증이다. 대책에서도 이런 흔적이 엿보인다. 하반기로 한정된 한시 지원책을 대거 마련, 빠른 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심각해지는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근의 어려움을 정책 대응 부족이 아닌 대외환경 변화 탓으로 돌리면서 기존 대책을 보강·연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향조정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 2.4~2.5%도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대외환경 변화 탓?…과감·획기적 대책 없어

정부는 상반기 경제운용을 평가하면서 '정책 부족·미흡'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활력, 체질개선, 포용, 미래 대비에 역점을 두고 총력 대응했다”면서 “주요 과제가 대체로 정상 추진되면서 가시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경기 부진 이유는 대외환경 변화,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다.

Photo Image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말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대외여건, 산업 인구 등 구조적 변화 등을 감안해 일부 과제의 보완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에 대응해 전방위적 활력 제고가 긴요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산업 트렌드 변화, 현실화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한 구조적 대응 노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 원인을 외부에서 찾다보니 과감한 정책 전환, 획기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기존 추진하던 정책을 추가·보완·연장하거나 전통적 경기부양책을 다시 한 번 내는데 그쳤다.

정부는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두 달 내 70% 이상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은 새로운 대책이 아닐뿐더러 이달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마련한 '민간투자 촉진 세제 3종 세트'는 기존 대책을 보강·연장하는 수준이다.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과 대상 확대, 가속상각제도 한시 확대가 골자다. 업계는 이 정도 수준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종전에 없던 투자 계획을 수립하거나 내년에 할 투자를 앞당기는 사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조원+α 규모 민간 투자 프로젝트 지원, 공공기관 추가 투자, 정책금융 지원 강화는 정부 경제정책에 거의 빠지지 않는 무난한 대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노력은 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민간 투자 의사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기 하강이 급한 상황이라 투자 부문에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대책도 여럿 포함했지만 눈에 띄는 것이 드물고, 법 개정이 필요해 하반기 추진이 불투명한 사례도 있다.

승용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12월까지)은 이미 발표·추진 중인 사안이다. 15년 이상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할 때 개소세를 인하해주는 방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해 하반기 시행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이밖에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 시 구매금액 10% 환급 지원, 내국인에 대한 시내·출국장 면세점 구매한도 상항(3000달러→5000달러), 수소·전기차 구매 시 개소세 감면 연장(2022년까지) 등을 추진한다.

Photo Image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2.4% 성장도 '불안'…수출도 계속 힘들 듯

정부는 이런 대책 추진에도 올해 성장률이 2.4~2.5%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제시한 전망치(2.6~2.7%)보다 0.2%포인트(P) 낮춘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는 2% 중반대 성장도 어렵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성장률이 2% 중반대 아래로 떨어진다면 2012년(2.4%) 이후 7년 만이다. 성장률은 2013년 3.2%, 2014년 3.2%, 2015년 2.8%, 2016년 2.9%, 2017년 3.2%, 지난해 2.7%를 기록했다.

2.4% 성장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간에선 이미 2%대 초반, 나아가 1%대 성장률까지 점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는 최근 불거진 일본 무역보복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은 이달 통과를 전제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조치가 성장률을 다시 수정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은행(IB) 등과 비교해 정부 전망치가 높은데 대해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민간과 IB는 정부 전망보다 늘 낮다. 그러나 정부에서 전망한 숫자가 가장 실적에 가깝다”면서 “정부는 정책적 의지와 추경, 각종 세제지원,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해 발표하고 민간과 IB는 정책효과를 배제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은 당초보다 반등세가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2% 미만 성장은 좀 과한 전망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폭 전망(월평균 20만명)은 당초(15만명)보다 확대해 제시했다. 일자리 정책 효과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취업자 증가폭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 지원에 따른 단기 노인 일자리 증가 영향이 커 고용 전반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당초 올해 수출이 소폭 증가(3.1%)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에 감소(-5.0%)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경상수지도 당초 전망(640억달러 흑자)보다 낮은 605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대책에 수출 분위기 반전을 위한 대안을 담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드물다.

이번 제시한 주요 수출 촉진 대책은 △정책금융 7조5000억원 추가 확대 △2조5000억원 규모 수출기업 전용 투자촉진 프로그램 가동 △수출보험 한도 확대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용 원재료 관세환급 확대 등이다.

이 밖에 기간산업 필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개발, 수입처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등 경쟁력 제고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100대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에 매년 1조원을 집중 투자(예타 추진 중)해 국산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민간 투자를 지원한다. 미중 무역갈등 지속, 일본 무역보복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달 중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