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고폰 시장, 지각변동 ···대기업·보험사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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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고폰 시장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대기업이 중고폰 유통·수출을 신사업으로 선정했고 보험사는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외국계 기업이 장악했던 중고폰 시장에 변화가 시작됐다.

연간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1800만여대로 추산된다. 1800만여대 중 60~70%가 중고폰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신 스마트폰 가격 상승과 제조사·이통사 보상 프로그램 활성화로 중고폰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대기업, 신사업 '눈독'

중고폰을 회수·검수하고 시장에 다시 유통하는 영역에서는 대기업 행보가 두드러진다.

포스코그룹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KT가 5G 초단기 기변 프로그램 '슈퍼찬스'로 회수한 갤럭시S10 중고폰을 매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사업 일환으로 중고폰 전량을 수출한다.

KT 슈퍼찬스 회수와 검수는 대우전자서비스가 담당했다.

갤럭시S10 등 최신 단말 출고가를 12개월·24개월 후 최대 50%까지 보상해주는 KT 슈퍼체인지 역시 대우전자서비스가 맡았다. 1일 사명을 위니아SLS로 변경한 대우전자서비스는 앞서 애플 아이폰 공인 서비스를 비롯한 전자기기 관련 각종 서비스 대행 사업을 하고 있다.

올 초 중고폰 전문업체 지분을 인수한 SK네트웍스도 중고폰 유통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5G 초단기 기변 프로그램 '마이5G'클럽을 메리츠화재와 제휴를 맺고 SK그룹 계열사인 SK텔링크가 회수, SK네트웍스가 처분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리패키징폰도 SK네트웍스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텔레콤도 중고폰 유통업체 큐비즈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중고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1대 주주로 경영권과 의결권을 확보했다.

◇보험사, 전면에 등장

종전 국내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은 어슈어런트 올리바와 브라이트스타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이 주도했다. '개런티드 바이백(재매입 보장)' 프로그램을 국내에 적용,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중고폰 매입·유통을 양성화했다.

어슈어런트 올리바와 브라이트스타코리아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이통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보상 프로그램 운영과 공개 입찰 업무를 대행했다.

삼성전자, 애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제휴, 중고폰 시장을 장악했다.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보험업법 위반 여부를 두고 보험사와 분쟁을 야기했다.

보험사 반격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다. 중고폰 보상 보험으로 이통사와 제휴를 체결하며 외국계 기업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중고폰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가능성을 인지한 보험사가 이통사 몫의 위험부담을 일부 끌어안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이통3사가 새롭게 선보인 5G 초단기 기변 프로그램 역시 SK텔레콤은 메리츠화재, KT는 DB손해보험, LG유플러스는 KB손해보험 등 보험사가 계약 주체가 됐다.

보험사가 갤럭시S10 LTE 모델 출고가 70% 정도를 이통사에 보상하고 고객이 반납한 단말은 중고폰 업체 등에 판매해 지급한 보상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일부 보험사는 중고폰 유통 업무를 위한 전담 팀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중고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 실현보다 기존 분실·파손 보험 등 관련 상품 시너지와 고객 수요 데이터 분석을 위해 목적을 뒀다”며 “중고폰 업체와도 다양한 형태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중고폰 보상·렌털로 다변화

이통사는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일종의 '락인' 상품으로 활용한다.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원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일반 중고폰 시세보다 높은 보상금을 책정, 기기변경을 유도한다. 스마트폰 특성상 급격한 감가로 중고폰 가격이 30% 이하로 떨어지는 1~2년 사이에 출고가 40~50%로 중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과 KT가 제공하는 '렌털' 프로그램 역시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이다. 일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이 사후 가격을 보장하는 방식이라면 렌털은 중고폰 가치를 단말대금에 미리 반영해 월 할부금을 할인해주는 형태다. 마찬가지로 1~2년 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중고폰 보상·렌털 프로그램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중고폰 시장에도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도 보상금 회수를 위해 다양한 중고폰 활용 방안을 개발할 전망이다. 다만, 사실상 중고폰 '입도선매'가 이뤄짐에 따라 자본력과 유통망이 부족한 영세 업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신규 단말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중고폰 시장 확대가 달갑지만은 않다. 중고 보상 프로그램 역시 제조사는 12개월로 기기 교체 주기를 단축시키길 원하는 반면 이통사는 가입 기간이 오래 유지되는 36개월 이상이 유리하다. 동일한 단말이라도 이통사와 제조사 입장에 따라 중고 보상 프로그램 혜택과 조건 다변화가 예상된다.

중고폰 관계자는 “5G 스마트폰 출시와 폴더블폰 등장 등으로 스마트폰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다”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고 보상 프로그램 가입이 사실상 기본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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