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독일 등 제조 선진국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신흥 제조국까지 합세해 세계 제조업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흥 제조국도 '스마트제조'를 기치로 내걸었다. 무엇보다 중국이 주력산업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은 주요 국가 산업 경쟁력을 위협할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 28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계장비산업 디지털 제조혁신 콘퍼런스'에서는 기계장비산업 디지털 제조혁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실행할 것인지를 놓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강력하게 실행하면 한국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품질과 성능까지 보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더 이상 가성비 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백만기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장은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대전환 대응력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또 제조업 부가가치 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이 시급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추락하고 있는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주력산업과 첨단산업 분야를 공격적으로 추격하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제조업 취약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30% 이상으로, 아일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제조업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다. 일본, 독일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다.
백 단장은 “스마트제조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관계인 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통합하고 전 제조과정을 수평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스마트제조 기술 수준은 최고국인 미국(100%) 대비 72.3%에 그친다. 제조 소프트웨어와 통신(92.4%) 기술은 우수하지만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같은 첨단기술 분야는 취약하다. 인공지능 기술수준은 62.5%, CPS는 62%에 불과하다.
반면 스마트제조 시장은 2018년 1435억달러에서 2022년 2042억달러로 연평균 9.3% 성장이 예상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중국 16%, 일본 10%, 독일 7% 성장이 전망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기계장비 분야에서 중국과 수출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계장비산업은 여전히 저부가가치 제품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스마트제조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오는 2025년 스마트제조 기술 역량 90%, 세계 시장 점유율 5% 달성 목표를 설정했다. 또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제조장비를 스마트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제조 전·후방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총 7년간 8000억원을 투입한다.
박영삼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과장은 “기계장비는 제품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하는 제조업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기술과 노하우가 담긴 제조기술의 총집약체이며 쉽게 추격하기 힘들어 후발국을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전략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지원 정책 중 하나로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산업인 기계장비산업을 고부가 유망품목 중심으로 전환하고, 제조업의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예비타당성 대상 선정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산업부는 3대 제조장비 분야에 대해 스마트제조장비와 관련 핵심 부품, 스마트 유연화자동화 시스템을 종합(부품-장비-시스템) 개발할 계획이다.
유정열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기계장비산업은 제어기술, IC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집약된 첨단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기계장비산업은 그 자체로 수출 2위 산업으로서 수출 선봉이자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생산기반을 제공해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조업 근간인 기계장비산업 고도화를 위해, 스마트 기계장비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석박사급 설계 전문인력 및 현장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등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에 발맞춰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