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서 28~29일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 외교전을 펼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모두 7개국 정상과 회담한다. G20 회의에서는 '평화경제 시대'를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한다. 주말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에서 만나 북미대화 재개를 꾀한다. 3박4일 간 숨가쁜 정상외교 일정이다. 문 대통령이 북미 협상을 다음 단계로 촉진하는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文, 중·러 등 7개국 정상 만나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7개국 주요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진다. G20 회의가 한반도 인근에서 열리면서 다자외교 무대가 '한반도 비핵화 외교전'으로 색을 더한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소회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 변함이 없고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또한 한국과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공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중 회담, 북미친서 교환 등이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한중 FTA 후속협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양국간 경제협력에 제도적 기반을 한층 강화하는 기회인 만큼 양국간 지속적 협력을 기대한다”며 다자주의 개방주의 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이에 시 주석은 “다자무역은 양국의 이익뿐 아니라 세계 이익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므로 일시적 타결이 아니라 이러한 원칙아래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대기환경오염 등 환경문제에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시 주석은 현재 중국이 환경보호에 대해 10배의 노력을 기울고 있다며 적극 협력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 및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푸틴 대통령에게도 북미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등의 정상도 만난다. 이들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회담…트럼프 대북메시지 주목
G20 직후 이어지는 한미 정상회담은 최근 북미 대화 재개 기류를 확인하고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한다.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내놓을 메시지에서 북미 간 협상 재개 시기와 진전 강도를 예측해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근 '흥미로운 내용'의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서로 발표했다. 다시 활발해진 북미 간 물밑 접촉 분위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어떤 추가 신호를 던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둘째 날인 30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연설하는 일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 현장에서 직접 대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양국간의 긴밀한 공조 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일각에서 북미 정상 간 깜짝 회동설도 제기됐으나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시아를 방문하는 기간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과 대면은 아닐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 위원장)와는 안 만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그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미측 비핵화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7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밀도 있는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미 간 실무접촉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미국이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8월로 봐야한다”며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도 재협상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