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28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10월, 96단 제품을 개발한 후 8개월 만에 적층을 128단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계 후발 주자인 SK하이닉스가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경쟁력을 선보여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128단 1테라비트(Tbit) 트리플레벨셀(TLC)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양산에 돌입했다고 26일 밝혔다.

신제품은 한 개 칩에 3비트(bit)를 저장하는 낸드 셀(Cell)이 3600억개 이상 집적돼 총 1Tbit(128GB) 용량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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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128단 TLC 4D 낸드 플래시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다. 동일한 크기에 저장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낸드 셀, 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증가해야 한다. 이 필요에 의해 나온 개념이 적층이다. 기존 평면 구조 낸드를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저장 용량을 늘린다. 업계에선 이를 3D 낸드플래시라고 부른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기술 방식이 달라 자체적으로 4D 낸드플래시라고 칭한다.

낸드플래시는 단수, 곧 적층이 기술력인 셈인데, 128단을 쌓은 건 SK하이닉스가 최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나 도시바 등에서 나온 낸드플래시 최고 적층수는 96단이었다.

SK하이닉스는 TLC 낸드로는 업계 최고 용량인 1Tb를 구현하는데도 성공했다. 1개 셀에 4개의 비트를 저장하는 96단 쿼드레벨셀(QLC)로 1Tb 제품을 개발한 사례가 있었지만, 낸드 시장 85% 이상을 차지하는 TLC로는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TLC는 1개 셀에 3개 비트가 저장되기 때문에 1Tb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더 복잡한 제품을 만들면서도 제조 공정은 단순화해 주목된다.

SK하이닉스 측은 “96단 대비 셀 32단을 추가 적층하면서도 전체 공정수를 5% 줄였다”며 “128단 낸드 전환으로 투자비용을 이전 세대에 비해 6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개발 완료와 동시에 곧바로 양산에 들어갔다. 반도체는 웨이퍼 투입 시점 후 2~3개월이 지나 출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신제품은 3분기 중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128단 낸드플래시로 다양한 응용 제품을 만들어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솔루션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5G 스마트폰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128단 낸드는 동일 크기에 저장용량이 커진 플래시 메모리이기 때문에 기존에는 1TB 스마트폰을 위해 16개의 낸드(512Gbit 기준)가 필요했다면 앞으로는 8개만 들어가면 돼 설계나 디자인을 간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오종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업계 최고 적층, 최고 용량을 구현한 신제품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적기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28단 4D 낸드와 동일한 플랫폼으로 차세대 176단 4D 낸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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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28단 1Tb TLC 낸드플래시와 개발중인 응용 제품(제공: SK하이닉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