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교통카드 기능이 없는 신용카드가 버스카드 단말기에 인식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통카드 기능이 없어 해당 카드는 실제 결제승인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결제 때 나는 '삑' 소리에 A씨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A씨 신용카드가 글로벌 브랜드 비자(VISA)이기 때문이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처럼 교통카드 기능을 미탑재했음에도 버스카드 단말기에 신용카드가 인식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가 박힌 신용카드에 탑재된 콘택트리스(옛 비자웨이브)가 교통카드와 동일한 국제결제표준(EMV) 기반 IC칩 보안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건은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되지 않아 실제 신용결제 승인이 나진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콘택트리스가 탑재된 카드는 교통카드 기능이 미탑재됐어도 실제 결제된 것처럼 버스카드 단말기에 인식되는 등 소비자 불편이 접수된 사례가 다수 있다”면서 “비자망을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콘택트리스가 대부분 포함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어떤 조치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지 등으로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이런 사실을 인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비자의 콘택트리스는 EMV기반 IC칩 보안기술을 적용하는 비접촉 결제방식이다. 이 방식은 콘택트리스 카드나 결제기기(휴대폰 NFC태그 또는 기타 폼팩터)를 콘택트리스 단말기에 탭하는 것만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롯데리아, 홈플러스, 스타벅스, 엔젤리너스커피 등 사용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접촉식 카드 결제보다는 오프라인에는 IC칩을 통한 방식이, 온라인에서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이 널리 사용돼 빈도는 크지 않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몇 년 전부터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비자와 카드사 모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카드이용은 2.1장이다. 대부분이 1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셈이다.
특히 교통카드는 소비성향에 따라 하나의 카드에만 기능을 탑재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럴 경우 콘택트리스가 탑재된 카드와 충돌이 발생한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제3의 전자파 흡수 패드 등을 카드 사이에 넣거나, 물리적으로 카드 안에 담진 RF선을 훼손해야 한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비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자 관계자는 “이미 일부 카드 이용자가 콘택트리스를 사용하고 있고, 향후 결제 방식도 접촉보다는 비접촉이 대세가 될 전망”이라며 “해당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콘택트리스 선택 등 별다른 대책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