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71>동태 혁신 역량

동태혁신역량(Dynamic Capability). 경영용어사전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환경 변화에 맞춰 재구성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이 개념을 제안한 데이비드 티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조금 더 명확해진다. '동태(動態)'란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부합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지속해서 갱신하는 것을 말한다. '역량'은 이런 조정, 통합, 재구성, 재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용어 선택에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대개 CEO가 지속 가능성을 들먹이면 수익이나 성장이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은유 표현이었다. 다시 말해서 고성장과 지속 가능성은 기업 경영 관점에서 본다면 상존하기 어렵다. 성장은 언젠가 멈추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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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맥그래스 교수는 이 통설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4793개의 글로벌 기업을 살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들 가운데 단지 10개사만이 지난 10년 동안 매년 5% 이상 성장했을 뿐이었다. 맥그래스 교수는 인포시스, 야후재팬, HDFC은행, ACS, 코그니잔트, 칭다오맥주, 인드라시스테마스, Krka 제약, 팩트세트리서치시스템스, 아트모스에너지를 살펴봤다. 그러자 성장 비결로 여겨져 온 가설은 하나씩 틀려 나갔다.

산업은 성장의 전제 조건이 아니었다. 어느 시장이나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오너십과도 무관했다.

반대로 놀라운 공통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혁신 리더였다. 이른바 '혁신을 매개'로 조직화돼 있었다. 새 시장에는 먼저 진출했고, 새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데 익숙했다. 아이디어를 가치 있게 봤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략과 조직은 일관성을 유지했고, 기존 고객의 로열티는 업계에서도 유별나게 높았다. 기업 문화는 강하고,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엔 공통점이 숨어 있었다. “이들 성장에는 한 가지 특성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자원과 전략 위치를 신속하게 재조정했으며, 임원과 다른 직원들을 한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전환하고 재배분하는 데 익숙했습니다.” 맥그래스 교수는 이들 산업의 이단아에게 '성장 아웃라이어'라는 별명을 붙인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공통점을 '고감도 적응력'이라 표현했다.

기업에서 변화는 계주의 바통 터치와 같다. 자칫 바통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런 탓에 변화란 두려운 것이다.

맥그래스 교수가 찾은 성장과 안정이란 두 가지 대척점에서 찾아낸 공통점은 이어달리기의 비법 같은 것이다. 사실 이것은 20년 전 티스 교수가 우리에게 준 조언이다. 기업은 당장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나 변화가 다가올 때 그제서야 기업이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 있는지가 판가름된다. 동태 역량은 빛을 발한다. 이것은 바통 터치 없는 이어달리기를 말한다.

사실 동태 역량은 웬만한 기업이라면 들어본 적 있을 법한 흔해 빠진 용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이 비결에 익숙하지 않다. 지식이 적용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 동태 혁신 역량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보석 같은 기업의 경쟁력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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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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