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5일 “공정경제 정책만으로 한국 경제가 지금 필요로 하는 성과를 다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과 상호 작용하면서 선순환할 때 성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은 뒤로 밀리고 공정경제가 거칠게 나가는 것 아니냐고 하는 우려는 오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장이던 김 실장이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에 오르자 '공정경제' 비중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 실장은 이를 의식한 듯 “공정경제는 어떤 의미에서 혁신성장 기초가 된다고 생각했고, 다른 부처와의 협업 때도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상호 연결돼 선순환 효과를 내도록 2년 동안 일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3기 정책팀을 맡은 김 실장은 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을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제 상황과 환경에 맞게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김 실장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실이 바뀌면 나는 내 마음을 바꾼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케인스도 그랬는데 하물며 제가 뭐라고 그러지 않겠나”면서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정책은 시장의 경제 주체에게 얼마나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좌우된다”면서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제 환경에 따라 정책 내용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 역시 핵심 요소”라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도 충실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첫 지시가 국회,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 언론 등 분야별 만남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정부가 국민 및 언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실장은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세부 정책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과 최저임금 동결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 부분은 의사결정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지금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기본 내용은 일관성과 유연성을 조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실장은 간담회에서 여러 경제학자를 언급했다. 자신의 경제 철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말을 인용했다. 김 실장은 “저는 저를 하나의 모습, 하나의 방향으로 규정하는 걸 거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서 “케인스,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뿐만 아니라 애덤 스미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도 지금의 제 생각을 형성하는 데 똑같은 비중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