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을 업체별로 집계한 결과 상위 10위권 업체 점유율이 17GWh로 전체 89.6%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47.7% 급증한 수치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CATL과 BYD 사용량 합계가 전체 70%에 육박해 상위권 업체 중에서도 두 업체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기타 업체들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중국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으로 하위권 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도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2017년까지 중국 시장 3위였던 옵티멈나노가 지난해 50위로 급락하고 올해 들어서는 60위로 순위가 추락하기도 했다.
SNE리서치는 “현재 중국 배터리 업계가 대대적으로 구조 개편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하위권 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흡수 합병되는 한편, 상위권 업체들은 해외 공급 물량까지 대거 확대하면서 특정 소수 업체들만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 CATL은 폭스바겐 MEB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다임러, BMW 등 해외 거래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위 BYD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지역에서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용 배터리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배터리 3사는 이러한 중국 업계의 판도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 대응 전략을 적절히 수립하고 시행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해외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