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구소(출연연) 정원 조정에 나선다. 연구개발(R&D) 현황, 퇴직을 반영한 적정 인력을 산정해 관리한다. 국가 R&D 예산, 출연연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처이지만 연구자 부담 증가도 우려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르면 이 주안으로 출연연 내년 정원을 확정한다. 각 출연연 내년 정원과 인건비를 확정해 국가 R&D 예산안에 반영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출연연 연구 현황과 재직·퇴직자 정원 등을 고려해 직접 적정 기관 운영 규모를 산정한다. 출연연 새 역할의무(R&R)를 기반으로 수립한 수입구조포트폴리오 등이 근거로 쓰인다. 출연연이 정부에 제출한 정원 운영 계획을 그대로 반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출연연 정원 조정에 적극 개입한다.
과기정통부 새 방침에 따르면 출연연 인원은 동결 또는 축소될 수 있다. 25개 과기 출연연 정원은 매년 100~150명 가량 순증했다. 퇴직자로 인해 출연연 정원이 줄거나 신규 연구 등으로 증원이 필요하면 정부가 대부분 수용했다. 앞으로는 과기정통부가 현 인원으로 결원인력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채용 정원이 감소한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채용 수요 검증도 강화한다.
과기정통부는 관계자는 “출연연 과제 현황, 일몰 상황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면서 “지금까지 출연연 요구에 따라 정원이 지속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적정 규모를 판단해 이에 부합하는 기관 운영을 유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당장 출연연이 정원이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퇴직 등 결원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장기간 신규 채용으로 메우지 않았던 곳은 현 인원을 적정 규모로 본다. 이러한 출연연은 사실상 정원 축소가 불가피하다.
국가 R&D 예산, 출연연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처로 읽히지만 연구자 부담 증가 측면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출연연 연구자수 증가율과 연구 예산 증가율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추세다. 연구 규모, 과제는 늘어나지만 연구자수는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의미다.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가 출연연 적정 인력을 산정하면 연구 현장 현실이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고 기관이 산정 수치와 괴리가 클 수 있다”면서 “대다수 출연연 연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앞으로 더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연연 인력 수요에 대한 결정은 기획재정부가 최종으로 하지만 부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 방식은 '사람 중심 연구'라는 정부 구호와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