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사업 전략을 새로 짰다.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며 수익률을 높이던 전략에 더해 수량 점유율 확대까지 병행한다. 급성장하는 중국 업체를 견제하고 보급형 시장에 대응하면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TV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 프리미엄급 위주 수익성 극대화 전략에서 탈피, 수량 점유율 확대도 노린다. 전체 판매를 늘려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익률은 낮아지더라도 보급형 제품까지 판매량을 대폭 끌어올리는 쪽으로 새 방향을 잡았다.
삼성전자가 수량 확대를 위해 집중할 제품군은 60~70인치대 엔트리급 UHD TV다. 1000달러 내외 가격대인 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보급형 시장 확대에 호재다.
판매와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늘어난 생산량은 멕시코, 베트남, 헝가리 등 글로벌 TV 생산체인을 활용해 대응한다.
수량 확대에 나서지만 저가 시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40인치대 이하 중저가 FHD TV 라인업은 점차 단종시키거나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1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사업 전략을 수정한 것은 TV 사업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질적, 양적 확대가 모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TCL, 하이센스 등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중저가 시장에서 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보급형 UHD TV 수요가 높은 것도 수량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최근까지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했다. 중저가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출혈 경쟁을 하기 때문에 판매량에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중국 업체가 세계 TV 시장을 잠식하면서 판매량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수량 기준 TV 점유율이 18.7%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7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에 중국 업체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1분기 중국 업체 점유율은 35%를 넘어섰다. TCL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인 10.8%를 기록했다. 1분기 북미 시장에서는 TCL이 삼성전자 점유율(수량기준)을 역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 사업 성장을 목표로 정했고 이를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뿐만 아니라 보급형 시장 공략을 통한 수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새 TV 전략으로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모두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TV 전략 변화는 다수 협력업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이 보급형 TV 생산량을 늘리면 전반적인 관련 부품·소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협력업체 매출에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