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출범 일주일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한 흥행 비결로 '모바일 시대에 맞춘 은행업 재설계'를 꼽았다. 모바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뱅킹에 소셜을 접목시키고, 독특한 개발 문화를 도입한 점이 성공 요소로 작용했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9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에서 카카오뱅크의 디지털 전환 키워드로 △모바일 △연결·확장 △기술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은행업에 대한 질문을 계속 했다. 금리에 치중된 사고에서 벗어나 어려운 PC뱅킹, 모바일뱅킹을 사용하는 데 드는 시간과 영업점을 찾아가는 시간까지 다 돈이라고 생각했다”며 “분량이 적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모바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생각까지 더해 '모바일 완결성'을 주요 키워드로 잡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과 '26주 적금'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월세 보증금 대출은 간편성을, 26주 적금은 재미를 무기로 내세웠다.
애플리케이션(앱)뿐 아니라 모든 채널까지 '모바일 완결성'을 확대했다. 그는 “챗봇으로 상담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앱으로 연동된다”며 “모바일·PC·사물인터넷(IoT)가 챗봇을 거쳐 고객센터로 연결되는 모바일 경험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상품 중심의 금융 서비스 패러다임을 '우리가 함께하는 은행'으로 전환하는 데도 주력했다. 금융에 사회연결망서비스(SNS) 기능을 접목한 '모임통장'이 대표 사례다.
정규돈 CTO는 “모임통장을 생성한 이후 50명 이상 모임에 속한 고객의 체크카드 결제건수, 수신평균잔고는 약20% 이상, 이체 수는 53%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전문 은행을 위해 은행 시스템도 재설계하고 있다.은행이 기술 주도 산업이라는 관점에 발맞춰 개발 문화를 도입했다. 특히 개발자 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개발자 두 명이 코드 완성도를 점검하는 '페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사내 커뮤니티에 코드를 공개하면 다른 직원들이 피드백을 남길 수도 있다. 앱 배포 후 파트나 개발자 본인 차원에서 회고 시간도 가진다. 매주 일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공유하는 '주간 온도'도 카카오뱅크 만의 문화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개발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노력은 필수”라며 “우선순위에서 최상위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