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라이언 피터슨에게 배우는 디지털 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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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비욘드엑스랩 대표

10여년 전 어느 날 미국 CNN이 한 블로거가 아이폰4 출시 날짜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이 블로거는 애플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다가 해외 공장에서 미국 항만으로 다량의 아이폰 부품이 들어오고,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애플의 수입 동향 데이터와 아이폰4 출시를 예측하는 글을 올렸고, 그대로 적중했다. 물류 스타트업 플렉스포트(Flexport)의 창업자 라이언 피터슨이 주목받게 된 일화다.

플렉스포트는 '해상의 우버'로 불릴 정도로 실리콘밸리 대형 투자사 사이에서 인기 투자 대상이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세운 파운더스펀드에서 2015년 2000만달러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5억5000만달러 투자를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서 10억달러(기업 가치 33억달러)를 유치, 또 한 번 주목을 끌었다.

플렉스포트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해운 물류는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화물 운송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그러나 다수 물류 기업이 아직까지 전화나 이메일로 주문을 받고, 팩스를 사용하는 곳도 남아 있다. 화주 기업은 컨테이너에 화물을 선적하기까지 수십 건의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단순 운송요금 견적에도 무려 일주일을 허비한다.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물류비 가운데 30% 이상은 컨테이너 운송 직전 단계에서 발생한다. 화물 영업 정보의 폐쇄성, 화물 정보의 비대칭성, 물류 기업과 화주 간의 복잡한 중개수수료 구조 등이 물류비 상승의 주요인이다. 수출입 중소기업 입장에서 컨테이너화물 운송 의뢰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는 악몽과도 같다.

플렉스포트는 세계 800여개 무역 기업 대상으로 온라인 화물운송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온라인 예약 과정을 자동화해 전체 운송 소요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전자통관 서류 작성, 실시간 항공·해상 화물 추적서비스도 제공한다. 항공에서 해상, 트럭, 철도까지 화물 운송을 더 쉽고 빠르게 저렴한 비용으로 연결하는 게 플렉스포트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플렉스포트는 기존의 화물 중개 기업과 다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소프트웨어(SW) 기업이고, 구글·블룸버그 등 수십개의 기술 투자사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설립 6년 차인 지난해에는 매출 4억2000만달러를 올렸다. 세계 해상 운송 포워더 순위 11위 규모다.

피터슨은 플렉스포트 설립 이전인 2007년에 친형 데이비드 피터슨과 수출입 무역정보 플랫폼 임포트지니어스를 창업했다. 임포트지니어스는 미국 관세청의 선하증권(BL) 정보와 BL에 기재되는 회사명, 주소, 제품 세목, 수량, 도착 일자, 항구 등 다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정보가 필요한 기업에 검색 형태로 제공했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국제 전시회나 박람회 등 현장 영업을 하지 않고도 신규 거래처를 발굴해 접촉할 수 있다. 피터슨이 애플 수출입 물류 정보를 토대로 아이폰4 출시 날짜를 맞힐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피터슨이 임포트지니어스와 플렉스포트에서 추구한 목표 및 원칙은 디지털 전환, 데이터 활용이다. 화물운송 시장의 디지털화는 각종 데이터 축적과 분석·활용을 가능하게 하고, 물류 기업은 물론 글로벌 무역 시장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조만간 물류 시장 전반은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으로 비행기·선박·지게차를 제어하는 시대를 맞는다. AI는 스스로 가장 효율 높은 운송 경로를 찾고, 최적의 물류 자산을 활용해 수송 과정을 조율한다. 전기차와 로봇 활용으로 기존 운송료의 80% 이상을 차지해 온 유류비, 인건비는 고스란히 기업의 이윤으로 되돌아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물류 산업과 물류 기업의 혁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피터슨은 디지털 전환과 이를 활용한 데이터 비즈니스에서 혁신 기반 및 방향을 찾으라고 알려주고 있다.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ceo@beyondx.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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