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모바일결제 플랫폼 삼성페이 결제 부문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줄줄이 카드사에 밀려 계좌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드를 발급 받지 않고, 은행에 잔고만 있으면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와 현금 입출금이 가능한 '계좌기반 결제 서비스'다. 초기 간편함을 강점으로 사용자 확대에 나선 금융사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페이 계좌 연동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던 우리은행이 지난 10일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계열사인 삼성증권도 다음 달 17일 서비스를 중단한다.
이 서비스는 체크카드나 직불카드 등이 없어도 계좌에 잔고만 있으면 가맹점 결제는 물론 현금 입출금이 가능하다. 비씨카드 결제망을 사용해 체크카드와 동일한 기능을 부여한 서비스다.
하지만 삼성페이 결제가 대부분 신용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소비자가 90% 이상이어서 계좌기반 서비스 이용자 확산에 실패했다. 우리은행과 삼성증권 모두 서비스 실효성이 없어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증권은 다음 달 17일 계좌 등록을 통한 삼성페이 계좌결제 및 ATM 입출금 서비스를 종료한다. 서비스 종료 후에는 계좌를 신규로 등록하거나 등록된 계좌로 오프라인 결제나 ATM 입출금을 할 수 없다. 이후 3개월간 거래내역 조회와 결제 취소를 지원하고 9월에는 삼성페이 앱 내 등록된 계좌를 모두 삭제한다. 다만 삼성증권 CMA체크(신용)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삼성페이 결제 서비스는 계속 제공한다.
계좌 등록을 통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이용자가 많지 않고 직불(체크)카드 등록 방식 대비 장점이 없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계좌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은 IBK기업은행 단 한 곳만 남게 됐다.
기업은행은 “계좌 기반 결제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큰 폭은 아니지만 이용자가 약 20만명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계좌 결제 서비스 중단으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페이 결제 비중은 카드가 95%, 5%가 계좌 연동 방식이다.
은행과 증권사 등이 카드 플랫폼을 뛰어넘기 위해 고안해낸 계좌 결제 방식이 사실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개점휴업에 돌입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사로서 제휴사 요청에 따라 관련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