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D램과 낸드플래시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로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진입했다. 인텔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호환으로 새로운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련 제품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용 신제품 설명회에서 인텔은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전략 제품으로 소개했다.
이 제품은 인텔이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출시했다. 인텔 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의 경쟁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제품은 기존 D램과 모양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기능은 다르다. 기존 D램 정보처리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낸드플래시 장점을 가져와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최초 제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인텔 관계자는 “D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고, 기존 D램과 가까이 위치하면서 전원이 꺼져 있는 상황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인텔과 마이크론이 수년 간 함께 개발한 '3D 크로스포인트'라는 기술로 낸드플래시 단점으로 지적된 속도와 지속성도 보완했다. 1000배 이상 빨리 속도를 처리하고 1000배 이상 높은 지속성으로 교체 주기를 단축시켰다.
업계에서는 인텔에서 출시한 이번 제품을 차세대 메모리로 일컬어지는 'P램' 제품군으로 보고 있다.
인텔 측에서는 “옵테인 메모리를 P램 제품군이라고 밝힌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장점을 결합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P램 특징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면서 메모리 시장 판도를 흔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서버용 CPU 시장을 95% 이상 독점하고 있는 인텔이 호환성을 강조한 옵테인 메모리 제품을 지속 출시하면 이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자사 차세대 메모리만 호환할 수 있는 서버용 CPU를 지속 내놓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빠른 시일 내에 바짝 추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텔은 이달 초 새롭게 출시한 50종 이상의 2세대 서버용 CPU 스펙 대부분에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와 호환성을 언급했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움직임과 혹시 모를 판도 변화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삼성전자가 P램 제품 출시를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P램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관련 시장이 열리면 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