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달인 4월을 맞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특별성과전시회를 열고 있다. 대한민국 원자력 연구개발 60년의 성과를 재조명하고, 미래 원자력 기술이 나아갈 길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이곳을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원자력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재미있게 바라보는 순수한 시선은 어른의 눈에 보이는 난제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원자력 전문가들에게 한줄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온다.
과학기술에 대한 선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니 이러한 유행에서 비껴나 보이는 분야는 인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원자력공학은 최우선 가치를 안전에 두고, 이를 위해 검증된 기술만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원칙이 새로운 기술의 과감한 접목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1년에도 몇 차례씩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휴대폰과 비교하면 원자력 발전소는 고리타분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원자력 공학도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고, 보다 다양한 형태로 원자력 기술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그 대표 사례가 방사선 이용기술이다. 타 분야와 융합해 기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사선 기술은 첨단 의료 산업을 비롯해 반도체 도핑, 이온빔을 이용한 표면 처리 등 다양한 산업 응용과 첨단 소재 개발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사고로 인한 방사능 재해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기술, 발생 폐기물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관리를 위한 연구 등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수도 없이 남아 있다. 또 안전 연구와 함께 대두되고 있는 원전 해체 분야도 다양한 기술개발을 필요로 한다.
소형원자로를 비롯한 원자력 분야 미래 기술도 매우 유망한 분야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소형 원자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개발한 최신 중소형 원자로인 'SMART'를 사우디 현지에 건설하기 위한 협력을 계속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한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의 장점을 살려 기술 혁신을 이뤄낸다면 앞으로 열릴 엄청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또 그동안 축적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우주, 해양 등 새로운 분야에 원자력 기술을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2030년대면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나아가 화성에 거주하는 것을 꿈꾸는 시대가 됐다. 원자력은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이다. 대형 선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은 상선을 개발한다면 이러한 환경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수십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이처럼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원자력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원자력공학도들이 이러한 믿음과 소명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 전시관을 찾은 아이들이 원자력 과학기술자가 되어 새로운 60년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지금 원자력계에 있는 우리가 그러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wonpark@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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