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사업자의 '주민등록번호 수집' 의무화가 백지화됐다.
전자금융사업자도 전통 금융사처럼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적용 대상에는 포함됐지만 '저위험'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는 수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써 미성년자도 아무 문제없이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본지 2019년 3월 12일자 1면 참조>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특금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4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부과 대상 추가 요구를 수용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은 △고액현금거래보고 기준금액 변경(2000만원→1000만원) △전자금융업자 및 대부업자에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등이다.
자금 세탁 위험성이 높지 않은 개인 고객에게는 성명, 생년월일, 성별 및 계좌번호 등 대체 정보를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대체 정보 종류는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한다. 단 전자금융업자 자체 이상금융거래감지시스템(FDS)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된 고객의 주민번호는 수집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금융 당국이 전자금융업자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업자에게도 기존 금융사처럼 주민등록번호 수집 의무를 부여하려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 네이버, 토스 등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간소화된 고객 확인 절차를 요구했다.
핀테크 기업에 AML 의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당장 고객 주민번호와 신분증 사본을 업체가 수집·처리해야 한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때마다 신분증 사진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미성년자는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면 점포가 없는 전자금융업 특성상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태훈 금융정보분석원(FIU) 실장은 “전자금융업자는 주민번호 대신 개인식별정보를 수집하게 함으로써 기존 금융 거래도 원활히 하면서 고객확인(KYC)도 철저히 이행하게끔 하겠다”면서 “신분증 확인 의무가 없다 보니 주민등록증이 없는 만 14~17세 회원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은 5월 13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후 별도의 유예 기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령 개정 방침을 밝혔으며, 이후에도 간담회를 통해 업체에 자금세탁방지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등 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이 전자금융업자 입장을 고려했지만 일정 부분의 추가 부담은 불가피하다. 전자금융업자에게는 의심거래 보고 책임자를 임명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는 의무를 져야 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규제 완화와 핀테크 활성화를 추진하려는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던 스타트업이 자금세탁 정보처리 및 보고 시스템 투자 등 비용 부담을 껴안게 된다”면서 “복잡해진 절차로 고객 불편이 가중되고, 사용자 이탈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