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법인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허용 여부와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법인 시장 개방이 은행과 거래소 간 새로운 협력 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 간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 내년 차례대로 만료된다. 코빗-신한은행(올해 12월), 빗썸-농협은행(내년 3월), 고팍스-전북은행(내년 9월), 업비트-케이뱅크(내년 10월) 순이다.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지난 8월 재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종료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법인계좌 개설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법인계좌 허용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인 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의 '은행 갈아타기'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와 3위 코인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두 거래소는 현재 각각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전자금융거래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제약으로 인해 복잡한 법인 거래에 한계가 있어 시중은행으로 이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계좌가 열리면 기존 법인 영업을 기반으로 한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거래소가 법인 고객 유치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특히 시중은행들의 풍부한 법인 거래 경험과 기존 고객 기반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업비트의 급격한 성장도 2020년 케이뱅크와의 제휴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계좌 발급과 입출금 한도 상향, 비대면 편의성 등에서 시중은행보다 강점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을 발판으로 회원 수가 2020년 10월 300만 명에서 2021년 10월 890만 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다만, 지난 9월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계약이 당초 케이뱅크가 원했던 3년보다 짧은 기간으로 체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비트가 새로운 은행 파트너를 물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 이슈를 포함한 제도 개선은 검토 중이다”라면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