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이면 운전자 없는 테슬라 무인 자율택시의 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본사에서 열린 '테슬라 자율 투자자 데이' 행사에서 “지금부터 2년이면 아마도 우리가 운전대와 페달을 필요로 하지 않은 차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고 자신했다.
그는 “2020년 '로보택시(Robotaxi)' 운행을 예상하는 건 매우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테슬라 무인 택시는 자동차 소유주가 '라이드셰어링 앱'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우버·리프트와 같은 차량호출(라이드 헤일링) 공유업계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내년이면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운전대)에 손을 터치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온다”면서 2020년 하반기에는 일부 지역에서 규제 승인을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규제 승인을 노리는 지역으로 본사와 공장이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예상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기술력이 만들어낸 '뉴럴 네트워크(신경망 기술)'로 꽉 막힌 고속도로와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의 차선 변경 등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테슬라가 자율주행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별도 '칩'을 탑재하게 됐다며 흥분했다. 머스크는 “지금부터 생산되는 테슬라는 새로운 칩을 탑재하게 된다”면서 “테슬라 이외의 다른 어떤 차를 사는 건 재정적으로 미친 짓이다. 말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칩은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해 테슬라에 납품된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테슬라가 직접 자율주행 칩을 개발한 적은 없지만, 이날 발표한 마이크로 칩 관련 내용에는 테슬라가 구글 알파벳 자율차부문 '웨이모'나 '우버'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기술력 우위를 점했다는 선전포고가 포함됐다고 IT 매체들은 풀이했다.
테슬라 자율주행 하드웨어 수석개발자 피트 배넌은 “테슬라 칩은 기존 엔비디아 시스템과 비교해 7배의 실행력을 갖췄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칩·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테슬라는 이번 분기에 8대 카메라, 초음파 센서, 레이더망 등 뉴럴 네트워크를 갖춘 차량 50만 대를 생산하는 등 1년 후면 100만 대 이상의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는 또 기존 자율주행 센서인 라이더(Lidar) 시스템은 '헛고생'이라며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 뉴럴 네트워크가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날 테슬라의 발표 이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간 올랐으나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더욱이 테슬라가 모델3 인도 문제 등으로 큰 폭의 손실이 포함된 실적 발표에 이틀 앞서 자율주행차 부문 투자자 행사를 개최한 것에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일부 IT매체는 지적했다.
테슬라가 2015년부터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 파일럿을 채택했지만 그동안 몇 차례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한 데다 인간 운전자가 대기 상태로 운행하는 4단계 자율주행도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 무인 체제인 5단계 자율주행으로 건너뛰려는 시도에 대해 불안해하는 지적도 나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