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발생 사업장도 안전조치후 재개 신청하면 4일 이내 공장 돌린다

앞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발생으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기업은 안전조치를 시행한 후 해제 신청하면 4일 이내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중대재해 발생 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기준을 구체화해달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업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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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을 마련해 40일 간 입법예고 한다고 22일 밝혔다. 산안법 시행일은 2020년 1월 16일이다.

산안법에 따라 사망 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재해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작업 또는 전부에 대해 정부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작업중지 해제신청에 대한 절차가 담겼다. 중대재해가 발생해 작업 중지 조치를 받은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작업 근로자 의견을 들어 작업 중지 해제를 신청하면 지방노동관서는 4일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심의해 결정한다. 사업주가 재해 예방 조치를 완료한 이후 근로자 의견을 들어 해제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안전조치가 완료될 경우 공장을 빨리 재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장기간 작업 중지에 따른 경영상 타격을 예방하고, 사업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근로자 동의를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고, 근로자 의견 청취를 조건으로 둬 노사의 힘겨루기와 갈등이 깊어질 수 있는 부분은 피했다.

작업중지 재개 부분에서는 기업을 배려한 모습이지만, 이에 앞선 작업중지 명령 근거를 구체화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기업은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작업 중지 기준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말 경영계 의견서를 고용부에 제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작업근로자'와 '중대 재해'에 대한 용어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업 중지로 이어지는 중대한 판단 근거인데 법에서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정의해 작업 중지가 남발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 가동을 중지하면 해당 라인 작업물을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 적게는 수 백 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 억원대 손실이 발생하고 수출 차질도 우려했다. 안전에 문제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가동을 중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을 세울 경우 장비를 다시 영점 조절(기준 설정)을 해야하므로 손실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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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안법 시행으로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만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수를 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작업 중지 명령은 시행 과정이나 법령 제정에서 정밀함이 필요하고, 업계별로 차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산·불산·질산·염산 등 4개 물질과 관련해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은 사내도급 시 고용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행령 개정안은 원청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 밖이라도 산재 책임을 져야 할 장소를 '추락·질식·화재·폭발·붕괴 등 위험이 있는 22개 장소'로 지정했다. 건설공사 원청은 이들 기계 대여자와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작업계획서 작성과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범위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준에 따라 보험설계사, 27종 건설기계 운전사, 학습지 교사 등 9개 직종으로 지정했고, 상시 노동자 500인 이상의 제조업 회사와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 1000곳에 들어가는 건설업 회사의 경우 대표이사가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산안법이 가맹점 산재 예방을 위해 가맹본부의 안전보건 프로그램 의무를 규정한 데 대해서는 그 대상을 재해율이 높은 외식업과 편의점업 중 가맹점이 200곳 이상인 가맹본부로 지정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입법예고기간 중에도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할 예정이기에 의견을 충분히 제출해주시길 바란다”라며 “입법예고 이후의 절차도 철저히 준비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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