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잡는 법 알려주는 장애인 복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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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애인도서관 내부 전경.

전문직을 갈망하는 장애인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열악한 교육 인프라 탓에 의지가 꺾이고 있다. 수험서를 제때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인 지원 예산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몰려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을 돕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따르면 올 한 해 장애인 지원 예산은 2조6384억원이다. 이중 대체자료 제작 분야 예산은 0.2%에 불과하다. 3분의 1이 생계비와 같은 소득 지원 목적으로 쓰인다. 대체자료는 일반 책을 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한 도서를 말한다. 시각·청각 장애인 직업 능력 향상에 반드시 필요하다.

책에 대한 갈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매년 7000여건 상당 대체자료를 제작한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4만4946종을 확보했다. 상업 출판물 연간 발간 종수와 비교하면 12.6%에 그친다.

수험서, 대학 전공 교재를 포함한 전문서적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비율은 더 낮아진다. 2018년 출판연감 통계에 따르면 만화와 문학 도서를 제외한 국내 발행 종수는 4만3463개다. 이 가운데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대체자료로 변환한 것은 5%에도 못 미친다.

예산과 인력 부족이 원인이다. 전문서적은 일반 책자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다. 표, 그림, 각주, 참고 문헌 등이 다수 담기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이해하도록 바꾸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제작 기간만 평균 3개월 이상 걸린다.

해외 출판계는 장애인 접근성 향상 기술로 이같은 문제를 극복했다. 이펍(EPUB) 3.0이라는 국제표준 전자출판 형식에 따라 다양한 전자책을 생산한다. 이 기준을 접목하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전자책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기반은 조성됐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올해 2월 국내 최초로 이펍 3.0 뷰어를 개발, 상용화했다. 앞서 2016년에는 전자책 접근성 가이드를 제시했다. 한국형 전자책 표준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전체 장애인 수는 260만명이다. 33%에 해당하는 86만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금근로자는 58만명으로 22.3%에 머문다. 취업자 중에서도 27%는 단순 노무 업무를 맡고 있다. 83.7%가 지금보다 더 전문화된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 대체자료 서비스 기관 북셰어가 보유한 장서 수는 70만7213종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 대비 16배 많다. 정기애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은 “전체 장애인 복지 예산 2조원 중 50억원만 정보 분야 몫”이라며 “장애인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자 출판물 법 개정을 비롯해 할 일이 많지만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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