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통상 쟁점으로 떠오른 '데이터 지역화'…국내도 대응 시급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 지역화'가 국제 전자상거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국내도 관련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자간 협상을 중심으로 데이터 지역화 금지 조항이 마련됐고, 다음 달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전자상거래 협상에서도 데이터 지역화 조항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데이터 지역화에 대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WTO 전자상거래 협정에서 주요국이 '데이터 지역화'를 주요 의제로 제기할 전망이다.

지난해 발효된 CPTPP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도 데이터 지역화 금지 조항이 협정문에 명시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강력하게 '데이터 지역화 금지'를 주장하고 있어 각국 정부 간 논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지역화(data localization)는 기업이 자료를 수집한 국가 안에서만 데이터를 저장·처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통상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제한, 자국 정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중국이 2017년에 제정한 '사이버보안법(네트워크안전법)'에서 데이터 서버를 자국 내에 둬야 한다는 조항을 담은 것이 데이터 지역화 대표 사례다.

최근 디지털 통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데이터 지역화에 반대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 왔다. 지난해 발효된 CPTPP와 USMCA 협정문에는 '컴퓨팅 설비 로컬화 금지'와 '국경 간 정보 이전 자유화' 조항이 명시됐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칠레, 도미니카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데이터 이동 자유화 관련 조항을 담기도 했다. 반면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데이터 지역화에 찬성하고 있어 대립각이 선명하다.

우리 정부는 데이터 지역화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관련 동향은 파악했지만 내부 의견은 아직 정리하는 단계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데이터 지역화 관련 대응은 정부 내부에서 입장을 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는 현행 법령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도 데이터 지역화에 대해 의견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공간정보관리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관련 법령으로 거론된다. 중국·베트남 등 우리 기업 주력 수출국이 최근 데이터 지역화 규제를 확산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영효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중국, 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에서 '서버·데이터 로컬화(데이터 지역화)' 규제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수출 기업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는 WTO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협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데이터 규제 혁신 계획에 '통상 대응 관점'을 추가하고, 데이터 규제 혁신에 관련 원칙과 방향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데이터 규제 혁신 원칙과 방향을 구체화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지역화 조치가 확산되는 국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