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법 개정이나 국회 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가 '선비준 후입법'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정부 입장을 명확히했다. 다만 노사 간 협의가 진전이 없을 경우 법 개정 위해 정부가 먼저 비준동의안 초안을 마련해 제출하는 방법을 옵션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대환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양대 노총 등에서는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선비준 절차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비준 후입법'은 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그 후에 관련 국내법을 개정하는 방법이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은 대통령 재가만으로 비준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며 노동계가 요구하는 '선비준 후입법' 방식에 대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협력관은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게 조약(협약) 비준권이 있지만 예외적으로 국내법과 상충해 법 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에 대해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가진다”라며 “이 경우 국회 동의는 대통령이 조약을 비준하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LO에서 우리나라 노조법 등이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된다는 권고를 수차례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결사의 자유 협약은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김 협력관은 “대통령이 비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 협약과 상충하는 법 개정 내지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 경우 정부가 법 개정에 앞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있어야 비준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비준동의안 제출만으로 조약 비준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와 국회 논의 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협력관은 경사노위에서 노사 간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으로 정부가 국회에 동의안을 먼저 제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입법 사안은 옵션이 두가지”라며 “일단 관련 법 개정을 다하고 비준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법 개정을 나중에 하지만 국회에다가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내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 재가 방식은 안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는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