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교육 전문기업 휴넷(대표 조영탁)이 최근 3년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연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직원 3분의 2를 IT인력으로 채웠다.
휴넷은 1999년 설립됐다. 2000년 초반부터 이러닝, 모바일러닝 분야를 선도해 왔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2000여 기업, 300만명이 휴넷에서 교육받는다.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꾼다. 4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 계획을 세웠다. 교육 콘텐츠·솔루션·플랫폼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이러닝 교육을 에듀테크로 전환한다. 아날로그 방식 경영 시스템과 IT기술 간 접목도 늘린다. 각종 교육 서비스를 플랫폼화하는 데도 속도를 낸다. 글로벌 사업 확대가 마지막 목표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업종과 무관하게 기업 생존 여부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따라가느냐, 뒤처지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절체절명 위기감으로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교육 현장을 혁신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수만개에 달하는 교육 콘텐츠 중 업무 능률 향상에 최적화된 내용을 실시간 추천한다. 짧은 시간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휴넷은 이미 성과를 냈다. 플립러닝 과정은 휴넷 대표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린다. 온라인으로 사전 학습을 한 후 오프라인에서 토론 및 실습하는 방식이다. 학습 시간은 줄이고 재미는 배가한다. 몰입감을 높여주는 게임러닝과 가상현실(VR)러닝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교육 플랫폼도 선보였다. 마이크로러닝 플랫폼 '샘(SAM)'이 대표적이다. 2017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누구나 손쉽게 업무 노하우를 콘텐츠로 제작,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콘텐츠는 5분 안팎 분량이다. 실무에 당장 필요한 지식을 원포인트 레슨 받듯 배울 수 있다. 휴넷은 1만여 콘텐츠를 확보했다.
야심작 '해피 칼리지'도 흥행몰이에 나섰다. 지식 공유 플랫폼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교육 콘텐츠를 만든 뒤 팔 수 있다. 유튜브와 비슷한 콘셉트를 지향한다. 지식 크리에이터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휴넷은 전문가 매칭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이름은 '탤런트뱅크'다. 기업 요구에 따라 선발된 전문가가 일정 기간 회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가교 역할을 한다. '긱 경제' 시대에 적합한 모델이다.
차세대 교육 솔루션 '랩스(LABS)'는 올해 첫선을 보였다. 국내 최초 글로벌 학습 데이터 표준(xAPI)을 적용한 AI 학습 관리 시스템이다. 휴넷은 3년간 연구개발 끝에 랩스를 출시했다. 개발 인력 150여명이 투입됐다.
조 대표는 “랩스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오프라인 교육 회사도 랩스 플랫폼을 활용,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넷은 공격적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올해 중 1차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 계획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3년간 2차 투자에 나선다. 에듀테크 연구소 직원을 60명에서 100명으로, 본사 IT인력을 110명에서 200명으로 배 가까이 추가한다.
조직에도 변화를 준다. 임직원 전체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적극 대응하도록 교육을 강화한다. 지난해 휴넷 매출에서 이러닝을 제외한 에듀테크 비중은 5%다. 올해 15%, 내년 30%까지 높일 방침이다.
[미니 인터뷰]“MS, 구글, 아마존 잡겠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세계 1위 교육기업을 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최고 자리에 오르려면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을 넘어야 한다”며 “교육 분야는 콘텐츠·솔루션·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반드시 이겨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야심찬 각오를 현실화하기 위해 사업모델은 물론 회사 경영 전반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바람을 불어넣는다. 에듀테크로 승부수를 던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까지 잠잠하던 인적자원개발(HRD) 영역에도 올해부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열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2030년에 아바타 로봇 강사 한 대가 세계 교육시장 70%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조 대표는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국 사례를 들며 관심을 바랐다. 그는 “사교육 시장에서 만든 에듀테크 기술이 공교육에 접목되도록 영국 정부는 매년 2조원가량을 지원한다”며 “그 결과 에듀테크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부러워했다.
평생교육 정책을 두고도 “교육부 예산 중 평생교육에 투자되는 비율이 1% 정도에 그친다”며 “초·중·고, 대학 교육 못지않게 직업교육, 평생교육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1965년생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한 뒤 금호쉘 화학을 거쳐 금호그룹 회장 부속실에서 일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