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유료방송 M&A 이후 방향 고민해야"

“방송과 통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발표를 시작으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도 미디어 빅뱅이 시작됐습니다. 인수합병(M&A) 이후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부회장은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유료방송 빅뱅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성 부회장은 해외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며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단순한 가격 싸움, 결합상품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사업 모델 바꾸는 美 기업

미국 1위 케이블TV 사업자 컴캐스트는 콘텐츠기업 NBC유니버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과 영국 위성방송사 스카이를 인수하면서 초대형 사업자로 거듭났다.

성 부회장은 “컴캐스트는 플랫폼, 콘텐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NBC가 확보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권을 활용해 TV·모바일로 개인화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X1 셋톱박스 플랫폼을 개발, 플랫폼 인 플랫폼(PIP)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끌어들이는 등 방송 사업자가 아닌 브로드밴드 사업자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에그리게이터(Aggregator)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2위 통신사 AT&T는 위성방송 사업자 디렉TV와 콘텐츠기업 타임워너를 인수했고,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성 부회장은 “AT&T는 IPTV 사업 성과가 좋지 않자 디렉TV를 인수,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한 뒤 인터넷동영상(OTT) 서비스 '디렉TV 나우'를 내놨다”며 “디렉TV 가입자가 빠져도 디렉TV 나우 가입자가 늘어 만회하는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5G 상용화를 앞두고 타임워너를 인수해 콘텐츠 경쟁력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또 “디즈니는 OTT 'ESPN+'을 통해 방송사가 방영하지 않는 스포츠 콘텐츠를 내보내 미디어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면서 “21세기 폭스 인수로 미국 3위 OTT '훌루' 지분 총 60%를 확보했고 연내 '디즈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韓 패러다임 전환 필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는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 점유율은 24.43%로,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은 23.83%로 늘어난다. IPTV 3사 시장 점유율은 79.12%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DTC(Direct To Consumer) 방식인 OTT가 등장하면서 유료방송 플랫폼 가치가 줄고 있다는 게 성 부회장 판단이다. 유료방송 플랫폼이 중요했던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업 모델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 부회장은 “과거에는 유료방송 플랫폼을 거치지 않으면 콘텐츠를 시청자에 전달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디지털과 인터넷 발전이 촉발한 미디어 빅뱅으로 인해 '퍼블릭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디어 빅뱅이 유료방송에 요구하고 있는 건 사업 모델 변화, 즉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유료방송 사업자가 방송 사업자가 아닌 브로드밴드 사업자로, 에그리게이터로 바뀌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가 M&A 이후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료방송 규제에 대한 전반적 보완 필요성도 역설했다. 2000년 방송법,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등을 통합해 방송법을 제정했지만 이후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통합방송법이 미디어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부회장은 “국내 유료방송은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면서 “아무런 변화 없이, 아무런 그림 없이 변화를 맞이하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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