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3> 내 꿈은 마약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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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게임개발 동아리 SNUGDC 회원들이 게임을 보면서 토론하고 있다.

이대한 서울대 산업공학과 신입생은 자신 꿈을 '마약상'이라고 표현한다. 파블로에스코바르, 이황순, 엘차포처럼 마리화나, 코카인을 밀수하고 싶은 건 아니다. 서울대 고급 교육을 바탕으로 브레이킹배드처럼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하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다.

이 군의 장래 희망은 게임 개발자다. 사회가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표현하는 걸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수험생활 중에도 게임을 즐겼다. 하루 2~3시간씩 즐겼다. 공부를 마치고 남는 시간에 게임에 접속했다. 팍팍한 수험생활 속 친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이 군은 “수험생활을 할 때도 하루 2~3시간은 게임을 했다”며 “게임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라고 말했다.

수험생활과 게임개발을 병행했다. 부모님께 아쉬운 소리 듣고 싶지 않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코딩밖에 몰랐지만 유니티 엔진을 독학했다. 도트까지 직접 찍었다. 책을 보고 포럼에서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 결국 게임을 제작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올렸다.

이 군은 “하고 싶은 꿈을 실현하는 것보다 공부가 쉽다는 걸 느꼈다”며 “출시 후 공부에 몰두하니 실제로도 공부가 정말 쉬웠다”고 말했다.

게임과몰입 현상에 대해서는 중독물질보다는 환경 요인에 기인하다고 생각했다. 이 군은 “우리나라에서 게임은 학업을 방해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그런데 진짜 게임 자체에 문제가 많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보인형 실험을 근거로 들었다. 1960년대 실행된 이 실험은 인형을 때리는 폭력적인 영상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한 관찰실험이다. 1차 실험에서는 폭력적인 영상과 그렇지 않은 영상을 본 아이들로 두 집단을 구성했다. 그 결과 폭력적인 영상을 본 집단에서 폭력성이 나타났다. 2차 실험에서는 폭력적인 영상을 같이 보면서 보호자가 폭력은 나쁘다고 설명해 주자 폭력이 사라졌다.

이군은 “즉 게임이 나쁜 게 아니라 어떤 행동이 나쁘다고 알려주지 않는 환경이 문제”라며 “공부를 막는 것이 게임이 아니라 가정의 무관심이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취감을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몰두하는 학업 성과물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게임은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조돼 있다.

왜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 인생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목표설정이 어려운 학생 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희열이 강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저소득층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는 게임을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분석하지만 과몰입 원인은 가정·사회 탓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규칙, 평등한 무대, 같은 관심사가 어우러진다”며 “오히려 행위 중독이 아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덧붙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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