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회 충전 주행거리 250㎞ 이하인 순수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완전히 없애는 등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 시장 재진입을 노리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재정부, 공업화신식화부, 과학기술부, 발전개혁위원회 등 4개 부처는 지난 26일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6월 25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이후 시행에 들어간다.
새 보조금 정책은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하던 보조금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50㎞ 이상이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 기준이 250㎞ 이상으로 높아졌다. 주행거리가 250~400㎞이면 1만8000위안, 400㎞ 이상은 2만5000위안을 받는다.
예를 들어, 400㎞ 이상 주행 전기차는 지난해 5만위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2만5000위안으로 절반이 줄었다. 300~400㎞ 주행 차량은 4만5000위안에서 1만8000위안으로 60%, 250~300㎞ 차량은 3만4000위안에서 1만8000위안으로 47% 줄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도 105Wh/kg 미만에서 125Wh/kg 미만으로 대폭 상향돼 실수령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밀도가 160Wh/kg 이상이면 온전한 보조금을 받지만 140~160Wh/kg은 10%, 125~140Wh/kg이면 20%씩 보조금이 삭감된다.
이밖에 6월 25일 이후 전기버스, 연료전지차를 제외한 전기차에 대한 지방정부 보조금을 폐지한다. 지급 방식도 변경해 보조금을 일부 사전에 지급하고 판매 후 2만㎞ 이상 주행한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등록 후 2년 내에 주행거리 2만㎞를 채우지 못한 차량은 선지급한 보조금을 반환하도록 했다.
새 보조금 정책 발표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기술력을 가진 상위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이 핵심 과제가 됐다.
2년여간 보조금 차별 정책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애를 먹었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현지 자동차 제조사가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5종에 대해 보조금 신청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신청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상위 업체 중심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면서 “현지 제조사가 이미 전기차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등 보조금 축소가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