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 닛산 '리프(Leaf)'가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리프는 글로벌 전기차 중 몇 안되는 2세대 모델이 판매 중인 모델로, 누적 판매만 40만대를 넘어섰다. 닛산은 최근 들어 시장 점유율이 테슬라, BYD 등에 뒤쳐지고 있지만, 안정적인 기술력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닛산 리프 2세대 모델을 타고 서울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경기도 양평군을 다녀오는 왕복 100㎞ 구간을 시승했다. 이날 시승 구간은 고속도로가 80%, 곡선주로 10%, 시내주행 10% 등으로 구성됐다. 고속주행 안전성, 장거리 주행을 위한 배터리 전력 효율성,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ACC) 효용성 등을 알아볼 수 있었다.
2세대 리프 디자인은 2015년 도쿄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IDS 콘셉트카'에 영감을 받았다. 외부 디자인은 간결한 선과 매끈한 면이 조화됐다. 또 낮은 무게중심을 강조해 날렵하면서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면부는 닛산 시그니쳐 'V모션 그릴'이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V모션 그릴 내에 위치한 푸른 빛의 3D '아이스 큐브(Ice Cube)' 디테일은 전기 차량으로서 리프의 독특함을 표현했다. 측면부는 1세대 리프가 둥글둥글한 느낌에서 날렵하게 변화되면서 역동성을 연출했다. 후면부는 닛산 디자인 정체성이 적용된 LED 부메랑 헤드램프, 차량 하부의 디퓨저, 범퍼 등이 디자인과 공기역학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2세대 리프는 전기차를 오랫동안 만든 닛산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도 숨어있었다. 전면 충전 포트 각도는 보다 편리하게 재배열돼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도 충전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닛산은 인체공학 실험을 통해 이 새로운 45각도가 모든 키의 운전자들이 쉽고 편안하게 충전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실내 인테리어도 전세대보다 발전했다. 눈에 띠는 변화는 소재와 품질 개선이다. 무광 크롬 소재와 가죽으로 마감한 D컷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손에 닿는 부분의 플라스틱 마감재도 좋아졌다.
중앙 콘솔과 스위치 기어는 운전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통해, 운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곧바로 제공했다. 아날로그 속도계와 다중 정보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7인치 디스플레이는 표준설정 시 충전 상태 게이지를 보여줬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이 디스플레이는 세이프티 쉴드 기술, 차량의 충전상태와 출력수치 정보를 함께 보여준다.
전면 콘솔은 완전히 재설계됐다. 이중 컵 홀더는 그 배열에 맞춰 운전석과 앞 조수석 사이에 위치해 있다. 중앙 콘솔의 바닥에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놓을 수 있도록 했고 작동이 편리한 파워스위치, 12V 콘센트와 USB 포트를 배치했다. 차량 내부는 탑승객 다섯 명도 넉넉히 탈 수 있었다. 배터리 배치 때문에 전기차 약점으로 꼽히는 트렁크 공간도 435리터로, 동급 전기차, 내연기관 차량 중 가장 크다.
리프 2세대 모델은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Nissan Intelligent Mobility)'기술이 집약된 차량이다. 특히 2세대로 넘어오면서 e-파워트레인은 한층 진화했다. 신형 40㎾h 고용량 배터리, 신형 인버터 그리고 고출력 전기 모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을 한층 개선시키고 토크와 출력을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은 기존보다 38% 개선된 110㎾(150마력), 최대토크는 26% 증가한 320Nm(32.6㎏.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7.9초 만에 도달한다.
주행거리는 사용자들의 일상적인 주행거리를 충족시키는 231㎞으로 1세대에 비해 76 %증가했다. 신형 회생제동 시스템(Regenerative-braking System)은 주행거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브레이크 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속도를 감소시킬 때 전기 모터의 움직임으로 전력을 만들어 낸다.
리프 주행방식은 철저히 에너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D모드부터 최대 30%까지 에너지 절약 가능한 경제적인 B+ 에코모드까지 총 4개의 드라이빙 모드를 지원했다. 특히 새롭게 탑재된 'e-페달(e-Pedal)' 기능은 회생 제동 시스템의 사용을 극대화시켜 운전자 취향 및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 주행에서도 e-페달을 사용하면 한 발로 주행을 제어할 수 있었다. e-페달 하나로 가속 페달에 주는 압력을 높이거나 낮추어서 차량을 시동, 가속, 감속, 중지 또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페달은 시내구간, 정체구간, 곡선주로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감속했다. 최대 0.2g의 감속비를 가지고 있어 속도가 서서히 줄면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완전 정차까지 가능해서 안전성 측면에서도 좋은 기능이었다. 가속을 할 때도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주행과 충전이 동시에 가능했다. 보통 전기차는 가속 때 전기를 쓰고, 감속 때 충전한다. 하지만 e-페달은 가속과 충전이 동시에 가능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주로 D모드로 주행했다. e-페달은 마찰력이 강하게 부여되기 때문에 고속주행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타력주행을 할 때 전비를 높일 수 있었다. 다만 ACC를 사용할 때는 e-페달이 가감속할 때 충전 효율을 높여줬다. 가속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높은 토크로 페달에 발을 얹기 무섭게 치고 나갔다.
시승 전에는 주행거리 300㎞ 전기차가 흔해진 요즘, 리프가 시장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고 그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다. 세대가 바뀌면서 단점이 보완된 리프는 어떤 전기차보다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S트림 4190만원, SL트림 4830만원으로, 경쟁력이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