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의 회사들이 ERP와 같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구축하거나 기존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재무적 물적 자산과 흐름을 관리하는 중요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건 간단하지 않다. 케이스가 쌓이고 기술적인 논의가 진지해지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늘어만 간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만 하다. 산을 한 걸음에 넘기는 어려운 법, 그 여정에 하이브리드라는 키워드가 있다.
하이브리드 ERP
ERP를 둘러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베스트 오브 브리드(Best-of-Breed)와 베스트 오브 스위트(Best-of-Suite)는 해묵은 논쟁이면서 현재도 진행 중인 뜨거운 쟁점이다. 각 영역 별로 최적화되고 가장 앞선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선택하고 그 조합을 사용하는 베스트 오브 브리드와 하나의 통합 패키지를 사용하여 통합적인 자원과 흐름을 관리하고 인터페이스를 최소화하는 베스트 오브 스위트.
초기의 베스트 오브 브리드 전략들은 회사 전체 거버넌스와 전략 통합과 인터페이스의 복잡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 후 대형 ERP 회사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했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ERP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트너는 2021년까지 대부분의 회사들이 하이브리드 ERP 형태를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브리드 ERP 전략은 포스트 모던 ERP라고도 불린다. 최근의 세일즈포스나 워크데이 등의 SaaS 클라우드 회사들의 성장과 AI/머신러닝, 블록체인 및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디지털 혁신 기술이 이 전략의 유효성을 높였다. 전통적인 재무와 물류 등의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담겨 있는 핵심 ERP를 중심으로 하되, 그를 둘러싸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프로세스나 새로운 기술들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포스트모던 ERP의 핵심. 예전의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각 영역의 업무 최적화에 초점을 둔 데 반해, 포스트모던 ERP는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사적 거버넌스를 가지고 필요한 부분을 최적화한다.
클라우드 ERP의 형태
포스트모던 ERP를 구현하는 인프라 구성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모노리스 온프레미스(Monolith On-Premise) 즉 통합 패키지를 중심으로 온프레미스에 구축한 형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순수 클라우드,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는 하이브리드 인프라.
이 중 모노리스 온프레미스는 급격히 감소하고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의 형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인메모리 형태의 ERP를 앞세운 대형 ERP 벤더들이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의 혼합 환경에서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고객 경험과 기민한 내부 자원 관리를 위한 SaaS 솔루션이 같이 사용되기도 하고 내외부 협업을 위한 툴들이 ERP와 공존하기도 하는 혼합적인 상태이다. 기존 코어 ERP는 온프레미스에서 AWS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로 이관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순수 클라우드로 가면 기록 시스템으로서의 ERP가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고, 디지털 혁신을 위한 많은 전문 애플리케이션들은 느슨하게 연결(Loosely-coupled)된다. 전문 애플리케이션들은 SaaS 형태의 벤더 솔루션과 함께 상당 부분들이 조직 내부의 개발 조직에 의해 마이크로 서비스 구조(Micro Service Architecture)로 개발되어 각 회사만의 비즈니스 경쟁력과 민첩성을 높인다. 결국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native) 환경이 되면서 마이크로 서비스와 기존 ERP 간의 모노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결합력은 발전된 데이터 레이크 기술로 보완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프라 - 퍼블릭과 프라이빗
코어 ERP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클라우드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전용 IDC를 활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혹은 퍼블릭과 프라이빗이 함께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인프라 구조 등이 혼재한다. 기존 시스템은 온프레미스에 있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DR을 퍼블릭에 구축한다거나, 전사 데이터베이스는 온프레미스에 존재하며 애플리케이션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등 다양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ERP 클라우드의 형태는 각 기업의 업종과 혁신에 대한 태도, 보안에 대한 우려, 정보 보호 법규에 따른 데이터의 관리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클라우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혁신 요소를 코어 애클리케이션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조직들은 점차 퍼블릭 클라우드를 선택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개발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해서 전체 프로젝트의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가장 최신 데이터가 포함된 개발 및 QA 서버를 필요할 때만 병렬로 복수로 띄우는 등 유연한 인프라 스트럭처링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신속하게 적용해보고 테스트하는 혁신 방법론의 적용이 쉽기 때문이다.
글로벌 오일&가스 회사 BP는 하이브리드 인프라 구조는 기존 온프레미스와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며 모든 인프라를 AWS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모든 IT 환경을 AWS 기반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 중이다.
김성진 sj@megazone.com, 메가존클라우드 상무. GE, SAP, Siebel 및 삼성 SDS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및 클라우드의 컨설팅/영업/사업개발을 담당해왔다. 현재는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에서 신사업 개발과 공공 영업 본부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