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2>게임 질병화되면…"매출 10조원, 일자리 1만개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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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한 채용정보박람회에 몰려든 구직자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연구와 논리가 부족한 가운데, 질병으로 분류되면 1만개 일자리가 증발한다는 전망이다. 청년 선호도가 높은 양질 일자리가 사라짐과 동시에 미래 산업 동력까지 잃을 수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연구한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WHO 결정이 2022년부터 시행될 경우 게임업계 매출이 연간 '조(兆)' 단위 타격을 입는다. 정부가 힘을 주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보고서는 2011년 셧다운제 도입 후 게임산업 매출이 타격을 입은 사례와 유사산업(흡연 질병 코드화) 비교 유추 등을 기반으로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로 인한 게임시장 위축 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가 입을 경제적 손실은 2023년 1조7245억원, 2024년 3조4021억원, 2025년 5조402억원 등 총 10조원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 문제는 더 악화된다. 종사자 수는 질병 코드화하지 않는 경우 2025년 3만7673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질병 코드화가 되는 경우 2만8949명으로 추산됐다. 1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 산업적으로 셧다운제 이후 가장 강력한 재앙에 가까운 동력 저하 일어나는 셈이다.

게임 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자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임 산업을 단순히 하나의 산업으로 국한하지 않고 문화 콘텐츠와 IT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동력으로 꼽는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3D그래픽·디지털휴먼, 인공지능(AI), e스포츠로 이어지는 첨단 산업 집약체다. 각 지방단체가 앞다퉈 예산을 투입해 게임 산업과 인프라를 육성하는 이유다. 지자체는 가시적인 일자리 증가 효과도 봤다.

게임사는 신규 연구개발(R&D),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미래 일자리 토대를 만들었다. 성과보상제를 시행하고 수평 조직문화를 도입해 청년을 끌어들였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 문화에 맞춰 근무환경에 변화를 주고 있다. 매출이 늘어나면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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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내 전체 업종 직원 수가 1.2%가 늘어났을 때 상장 게임사 종업원은 12.4% 증가했다. 다양한 직군이 엮여서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노동집약산업이다. 그러면서도 창의성을 요구하고 새로운 시각을 지닌 신규 인력 중요성이 그 어느 산업군보다 높아 게임사는 적극 인재 영입한다. 28조원을 투입하는 등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한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게임업계 고용창출력이다.

수출액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성장한 122조6000억원, 수출액은 8.5% 성장한 약 9조1747억원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13조7000억원, 수출액은 7.5% 증가한 약 5조78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게임산업 수출액이 전체 콘텐츠산업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기준 음악, 방송, 영화 장르별 수출액을 다 합쳐도 게임산업 하나에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러운 무역인으로 치켜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질병을 확산시키는 보균자 취급을 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 성공은 대통령 축사를 받지만 세계 매출 1위 '던전앤파이터'는 학부모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게임산업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말해준다.

정부는 콘텐츠산업에서 2022년까지 일자리 3만3000명, 매출 24조7000억원, 수출 26억달러 신규 창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게임은 핵심 축을 맡는다. 분야별 자율등급제 확대와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개선, 게임 분야 규제제도 개선, 가상현실(VR)업종 신설 등과 같은 신분야 제도 개선은 모두 게임산업과 관련돼있다. 질병 분류돼 성장동력을 잃는다면 정부 계획이 무너지는 건 명약관화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의학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문제를 질병화하는 것은 게임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게임이 중독물질로 규정되면 인재도 오지 않고 중독물질을 수출하는 게 돼 수출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질병분류 기준 등을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함으로써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나 개발 노력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게임과몰입 진단기준 세분화와 한국에 맞는 진단기준 척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업계 스스로 사업을 보다 건전하고 건강하게 발전시키도록 하는 인식 전환을 꾀하기 위해 내부로부터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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