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생산 손실이 지난해 4조원이나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달 18∼28일 전국 성인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산업별 체감 제약 정도를 조사하고, 이를 산업별 종사자 수 비율을 감안한 명목 GDP 금액으로 환산했다. 이렇게 도출된 주의보 발령 하루당 손실에 지난해 전국 평균 주의보 발령일수(25.4일)를 곱해 연간 비용을 추정했다.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미세먼지로 생산 활동에 제약을 받은 정도는 전체 평균 6.7%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하루당 손실은 1586억원으로 추정됐다. 미세먼지로 실외 생산 활동에 제약이 생기거나 매출이 타격을 입어서다.
산업별로 보면 주로 실외에서 일하는 농·임·어업이 8.4%로 체감 제약 정도가 가장 컸다. 기타서비스업이 7.3%, 전기·하수·건설이 7.2%로 뒤를 이었다.
도소매·운수·숙박업과 무직·주부의 체감 제약 정도는 5.6%, 광업·제조업은 4.5%였다.
근무지별로는 실외 근무자의 체감 생산 활동 제약 정도가 13.6%, 실내는 5.7%였다.
마스크를 사는 등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가계가 지출한 비용은 가구당 월평균 2만126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인 256만원 0.83% 수준이다.
특히 30∼40대와 고소득가구에서 지출이 컸다. 30대와 40대 가구는 각각 월평균 2만5780원, 2만3720원을 썼다.
소득수준별로는 월 소득 500만원대 가구가 2만640원을 지출했다. 반면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지출은 1만590원에 불과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55%, 없다는 45%였다.
지불 의사가 없는 이유는 '세금을 내도 미세먼지가 예방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음'(47.7%)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이미 납부한 세금으로 예방해야 함'(40%), '경제적 여유 없음'(8.8%)이 뒤를 이었다. 미세먼지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응답은 3.5%였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일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 지불 가능한 금액은 가구당 월평균 4530원으로 조사됐다. 지불 의사가 있는 가구에 한정할 경우 월평균 8240원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변화로 '실내활동 증가'(37%)를 1순위로 꼽았다. '마스크 착용'이 31%로 두 번째로 높았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로는 '건강 악화'(59.8%)를 꼽았다. '실외활동 제약'(23.5%), '스트레스 증가'(10.3%), '공기청정기·마스크 등 구매 비용 증가'(4.7%)란 응답도 있었다.
보고서는 “미세먼지가 중국 혹은 국내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현재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규명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저소득층은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여력이 부족해 지출 비용도 적은 수준”이라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공기정화시설을 지원하고 마스크를 보급해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