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핀테크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계열 벤처캐피털(VC)인 삼성벤처투자가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 사업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다.
1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500억원 규모 SVIC 46호 신기술투자조합 결성을 마무리하고 상반기부터 투자에 들어간다. 이 펀드에는 삼성생명이 495억원을 출자했다. 인슈어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유망 인슈어테크 기업 투자를 목표로 펀드에 출자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의사 결정만 했을 뿐 의사회 의결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지난 1월 삼성벤처투자가 400억원 규모로 결성한 SVIC 44호 금융 R&D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금융회사가 핀테크 혁신을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것은 금융권에서 이례적 행보다. 그간 시중은행은 핀테크 랩 등을 조성해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했지만 정부의 각종 출자 제한 등으로 실제 투자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벤처투자는 핀테크 및 보안 분야에 201억원을 투자했다. 1040억원을 투자한 소재 및 제조, 엔지니어링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벤처투자의 핀테크 투자는 지난해 삼성 금융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SVIC 38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4개 금융계열사는 지난해 3월 신규 먹거리 창출과 핀테크 기업 발굴을 위해 20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조합 가운데 가장 크다. 2016년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출자한 SVIC 32호, SVIC 33호에 버금가는 규모다.
정책금융 등이 핀테크 기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펀드가 최대 15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더 부각된다. 그동안 금융권 주도로 핀테크 기업 투자에 특화된 펀드가 등장한 사례도 없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등 정부 차원의 핀테크 지원 대책이 나오기 이전부터 삼성벤처투자는 유망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면서 “최근 제도 개선 이후에는 삼성벤처투자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으로 핀테크 기업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투자뿐 아니라 다양한 협업 모델도 추진한다.
삼성화재는 1월 핏펫의 '모바일을 활용한 반려견 비문 인식 솔루션'을 도입했고, 삼성생명은 6일부터 디레몬의 자동보장분석솔루션 '레몬브릿지'를 도입, 자사 설계사에게 제공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으로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폭발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회사는 각종 출자 규제 등으로 유망 핀테크 기업에 출자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부가 금융회사의 핀테크 출자 규제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망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