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상생번영을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에너지 등 공공인프라 △한류·할랄 융합 3대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호텔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포럼은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파트너, 말레이시아와의 경제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이노베이션·LG전자 등 한국 경제사절단 기업 88개를 비롯해 현지 법인까지 129개 기업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다렐 레이킹 통상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각료와 기업인 등 250여명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제파트너”라며 “지금까지의 협력에서 한 걸음 더 나가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강이 합류하는 곳', 이곳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줄기 더 큰 강물로 만나 힘찬 물길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양국 경제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을, 한국은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아우른 협치와 국가발전 경험을 배우면서 상생번영하자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제14위 교역국이자 아세안 내 제4위 교역국”이라며 “일찍부터 자국산 자동차를 생산하고, 반도체·전기전자 등 첨단 산업을 육성시킨 국가인 바,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에서 인구가 1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GDP가 1만달러가 넘는 유일한 국가다. 우리 기업이 아세안 시장 진출 테스트 베드로 협력 가치가 높다.
문 대통령은 양국간 3대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첨단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 개발, 스마트시티 구축 등 미래 산업분야 협력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했다.
이어 환경보호 및 수자원관리, 에너지전환·에너지효율 강화, 의료시스템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람중심 사회 인프라 조성에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양국이 강점이 있는 한류와 할랄을 접목해 새로운 유망시장인 글로벌 할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한 협력 가속화하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은 지난해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발족해 스마트시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한국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단지로 두 곳을 선정해 추진할 만큼 앞서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레이시아와 함께 '코타키나발루'를 협력 도시로 아세안 국가 중 첫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시티를 계획 중인 다른 아세안 국가에게도 양국의 역량과 모범사례를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전기차, 에너지 분야 협력도 언급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유일의 자국산 자동차 생산국이다. 말레이시아 자동차정책과 한국의 전기차·배터리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5%로, 한국은 2030년까지 20%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에너지저장 기술 위에 말레이시아의 수력, 태양광 에너지를 결합한다면 낙후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좋은 실증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IT협력센터를 설립해 우수한 IT인재 양성에도 힘을 모을 것”이라며 “VR센터와 2차전지 핵심소재 생산공장 설립 등 양국 기업의 동참도 경제협력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