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억만장자 조사표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게임·인터넷 회사 수장은 모두 기업상속 없이 자수성가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5일 중국 포스브 '후룬'은 10억달러, 우리돈 1조2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 2470명을 발표했다. 그 중 한국인은 36명으로 작년보다 3명 늘어났다.
국내 갑부 1위는 약 14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전체 순위는 66위다. 2위는 이 회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차지했다. 9조6000억원으로 전체 184위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9조5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4위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이다. 전체 293위로 지난해보다 9단계 올라섰다. 자산이 6조9000억원 규모다. 캐시카우인 1인칭 총싸움(FPS) '크로스파이어'가 권 의장을 게임업계 최대 부호에 올렸다는 분석이다.
권 의장이 이끄는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로 중국 시장을 사로잡았다. e스포츠 대회도 안정궤도에 들었다. 크로스파이어HD 등으로 흥행을 계속 이끌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000억을 들여 개발한 '로스트아크'는 출시와 동시에 PC MMORPG 중흥을 꾀했다.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은 '덕심'을 저격한 일러스트로 글로벌에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가상현실(VR)게임을 2종 출시할 예정이다.
김정주 NXC 대표가 권 의장 다음으로 돈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NXC는 넥슨재팬 지주회사다. 넥슨코리아는 넥슨재팬 자회사이며 '던전 앤 파이터'를 개발하는 네오플을 소유하고 있다. 던전 앤 파이터는 지난해 가장 돈을 많이 번 게임 2위에 올랐다. 텐센트는 던전 앤 파이터 중국 서비스를 위해 연간 1조원 가량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과 아내 등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넷마블,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사모펀드, 글로벌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NXC 유정현 감사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넥슨은 억만장자 두 명을 배출한 게임사가 됐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국내 12위)은 후룬 조사에서 처음 이름을 올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국내 29위)는 지난해 보다 380계단 내려간 2038위를 차지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사업 양대 산맥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국내 9위)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국내 34위)는 각각 961위 2311위를 기록했다.
이번에 순위에 든 게임·인터넷 오너, 대표는 모두 자수성가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로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해 갑부 대열에 들었다. 중국 청년이 마윈과 레이쥔 등을 롤모델 삼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소속 대학교 지원을 받아 기술기반 청년 창업을 준비 중인 조승연 학생은 “물려받지 않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며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국내 주요 기업인 현황
<자료:중국 후룬>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