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정부기관이나 기업 정보기술(IT) 담당자는 '블록체인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필자는 “거래에서 신뢰와 생산성 향상, 보안 위협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로 답변한다.
먼저 블록체인 '신뢰'라는 측면을 살펴보자.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을 2개 팔고 A라는 소비자에게는 비트코인을 5개, 고객 B에게는 비트코인을 7개 각각 받았다고 가정하자. 이후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는 기업 C에 네트워크에서 비트코인을 10개 지불한다.
여기 참여하는 A, B, C 모두 익명의 사용자이고 이름, 사무실 주소, 전화번호도 없는데도 비트코인 네트워크 아래 이 거래는 오류 없이 이뤄진다. 사실 앞에서 든 사례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거래가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됐다. 10년 거래로 대변되는 투명하고 안정된 거래의 지속성은 블록체인 기술 신뢰성을 검증한 결과다. 이러한 기술과 네트워크 위에서 증권이나 부동산 거래와 같은 자산 거래 또는 중요한 거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지난해 6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앤트파이낸스가 외환 거래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홍콩과 필리핀 사이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와 실시간 송금이 가능해졌다. 한국에서도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활용해 축산물 이력 관리, 관세청 원산지 증명서, 해외 직접구매(직구) 관세 처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블록체인 중요 원칙의 하나인 '분산'은 현재 중앙 집중화돼 있는 컴퓨터 운영 방식을 분산시켜서 단일 서버의 정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 서비스 시스템이 멈추면 수많은 서비스가 정지되고, 서비스 이용자의 손해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2017년 2월 29일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WS)가 4시간 동안 먹통이 됐을 때 AW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스포티파이, 핀터레스트, 트롭박스, 버즈피드와 같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사이트도 함께 먹통이 됐다. 14만9777개 도메인의 접속이 끊어진 것은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의 대표 폐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태는 블록체인 분산 시스템이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블록체인 분산 시스템은 고질화된 랜섬웨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가 분산 시스템에서 처리되고 여러 개 사용자 노드에 동시 저장이 되기 때문에 랜섬웨어 공격을 받게 돼도 쉽게 복구할 수 있다. 2016년부터 미국 의료 업계가 블록체인을 개인 의료기록 저장에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할리우드장로교회(HPMC)도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1만7000달러를 지불하는 등 의료기관이 랜섬웨어로 공격을 받는 것은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 됐다. 실제로 보안 업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랜섬웨어 공격이 매년 한두 건 이뤄지고, 은밀하게 돈이 오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랜섬웨어 방지와 병원 간 자료 교환 편리함을 위해 블록체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각자 보관하고 있는 개별 의료 기록을 개인이 자신만의 저장소에 저장해서 보관한다. 필요 시 의사가 환자로부터 키를 받아 의료 기록을 조회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록 채택 여부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미국 의료 업계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한 데이터 공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기존의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 워낙 익숙해진 사용자와 개발자는 블록체인을 왜 도입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블록체인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속도 문제, 외부 데이터 신뢰 문제, 익명 처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이슈가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블록체인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진화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프로그래머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원리만 이해하고 있다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다. 많은 블록체인 프로그램이 저작권 걸림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일단 시작하면 된다. 이제는 본의나 시비를 가리기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할 때다.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 juchoi@mark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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