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보안 검증기관 '이앤이(Epoche & Espri)'가 화웨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보안성 검증 절차와 현황을 일부 공개했다.
화웨이 5G 장비 보안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화웨이 장비 보안 이슈가 뚜렷한 증거없이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는 가운데 '객관적 검증' 가능성이 변수로 등장했다.
만약 '문제 없음'으로 결론나면 새로운 증거없이 화웨이 장비 보안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해 말 스페인 보안 검증기관 이앤이에 평가를 의뢰하고 26일(현지시간) 'MWC19 바르셀로나'가 열리는 스페인 현지에서 간담회를 열고 검증 현황을 일부 공유했다.
◇혹독한 검증받는 화웨이 5G 장비
이앤이가 'MWC19 바르셀로나'에서 공개한 검증 절차에 따르면 화웨이 5G 통신 장비는 혹독한 검증을 받고 있다. 검증 대상은 5G 기지국 장비와 코어 장비다. 5G 무선 전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현미경 아래 놓인 셈이다.
이앤이는 장비 설계부터 개발, 최종 장비는 물론이고 실제 고객에게 전달한 장비 업데이트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했다. 장비의 모든 인터페이스와 내부 설계, 디자인을 검증한다. 특히 장비에 보안 취약성이 있는지 집중 점검한다.
보안 기준 미달 사항이 발견되면 수정을 요청한다. '커먼 크리테리아(CC)' 테스트는 1~7레벨로 안전성을 구분하며 화웨이 통신장비는 4레벨 심사를 받는다.
통신 장비는 4레벨이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이보다 높은 등급은 금융 등 극히 민감한 분야에 사용되는 장비다. 화웨이는 지난 9년간 이앤이에서 장비 보안 검증을 받았다. 기준에 미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구엘 바농 이앤이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 장비는 정보보안 품질이 나날이 향상 중”이라며 “정부가 2년마다 인증서를 재검토하고 갱신하기 때문에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인증서 효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문제 없다'로 결론나면···추가 의혹 제기 쉽지 않을 듯
이앤이가 가진 공신력이 국내외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5G 장비를 검증 받는 건 화웨이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나 에릭슨, 노키아 등 다른 장비 업체는 이앤이에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이앤이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스페인과 미국, 캐나다, 터키, 일본에서 인가를 받은 보안 검증기관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이앤이가 공신력을 인정받더라도 검증 절차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남는다.
이앤이는 장비 인증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CC 인증서를 발급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발견되면 갱신한다. 한 번에 완벽하게 보안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최대 쟁점은 이른바 '백도어'라고 부르는 해킹 프로그램을 사전 검증 방식으로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증을 받은 이후 실제 설치하는 제품에 그것도 일부에만 백도어를 설치한다면 이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앤이가 화웨이 5G 장비에 보안성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면 글로벌 5G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공신력 있는 기관이 검증을 마쳤는데도 뚜렷한 증거 없이 의혹을 지속 제기한다면 오히려 '정치 공세'라는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화웨이 없이 어떻게 5G 하라고”
화웨이 5G 장비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진행되는 가운데 화웨이에 미묘하게 변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주목된다.
MWC19 바르셀로나에 참석한 글로벌 통신사는 화웨이 보안 문제가 정치 논리가 아닌 산업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닉 리드 보다폰 최고경영자(CEO)는 “네트워크 산업 특성상 장비 공급사가 3개에서 2개로 줄면 산업 전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 통신사 신임 CEO로 선임된 그는 “대규모로 장비를 교체하면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유럽 5G 도입을 2년 늦출 수 있다”면서 “통신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미국은 화웨이가 보안을 위협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NCSC)도 화웨이 통신 장비 보안 위협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화웨이 압박을 지속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전과 다른 발언으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은 5G 사업에서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선두에 있는 기술을 막는 방법이 아닌 경쟁을 통해 이기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외신은 '선두에 있는 기술'이라는 표현에 대해 화웨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헝가리 방문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한하지 않는 동맹국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어떤 나라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중대한 정보를 넣는다면 미국은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